메모리 반도체 2위그룹 '부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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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간의 무역분쟁으로 비화할 정도로 피말리는 '버티기 경쟁'을 벌였던 세계 메모리 반도체업계 2위 기업들이 동반 회생하고 있다. 정보기술(IT) 경기 회복에 따른 반도체 수요 증가와 함께 그동안의 비용절감 노력의 효과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미국의 마이크론과 독일의 인피니온, 한국의 하이닉스 등 메모리 2위 그룹 모두 흑자전환에 성공한데 이어 3개사 모두 2분기 연속으로 영업흑자를 낼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인피니온은 2004 회계연도 1분기(2003년 10~12월)에 3천4백만 유로(4천2백만달러)의 순이익을 냈다. 전분기에 이어 2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한 것이다. 노키아와 델 등 고객사들의 주문이 늘어나는 등 반도체 수요가 많아진데다 힘든 시절에 비용을 줄인 점도 실적 호전의 힘이 됐다. 인피니온은 전분기에 4천9백만 유로의 순이익을 올려 9분기 연속적자에서 벗어났었다.

지난해 3분기 1년반만에 흑자를 기록한 하이닉스도 2분기 연속 영업흑자가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메모리 시장 여건이 호전된데다 생산량 증대 등을 통한 원가 절감 노력에 힘입어 하이닉스의 4분기 영업흑자는 전분기(9백40억원)보다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4분기 중반까지 계속된 D램 고정거래가의 강세 덕분에 하이닉스의 4분기 평균판매가는 3분기 평균가격을 웃돌고 있다.

하이닉스 관계자는 "흑자 규모를 공개할 수는 없지만 회사 전반적인 분위기가 그 어느 때보다도 좋아진 것은 분명하다"며 "흑자기반 조성으로 경영정상화가 앞당겨지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 2위 업체인 마이크론은 지난해 9~11월 (2003 회계연도 1분기) 순이익 1백10만달러로 3년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향후 전망도 밝은 편이다. 마이크론은 올해 D램 생산이 수요 증가를 따라가지 못할 수도 있다고 23일(현지시간) 내다봤다. 서스케한나 파이낸셜 그룹의 반도체 애널리스트인 타이 구엔은 "D램 공급 차질이 하반기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석포 우리증권 애널리스트는 "2위권 업체들이 이익을 내고 있는 것은 반도체 경기 회복세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올해는 기업들의 PC 교체 수요가 본격화되고 DDR2(정보처리 속도가 빠른 고급 메모리 반도체) 비중이 늘어난데다 0.11미크론 생산공정을 통한 원가가 줄어든 만큼 실적 호조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이 좋아지면서 이들 기업의 주가도 오르고 있다. 지난해 6달러대까지 떨어졌던 마이크론 주가는 현재 15달러선에서 거래되고 있고, 지난해 미국시장에서 한때 6달러를 밑돌 정도로 추락했던 인피니온 주가도 지금은 14달러선을 유지하고 있다. 하이닉스 주가도 지난 연말이후 상승세를 유지해 주당 7천원을 웃돌고 있다.

한편 지난해 미국과 유럽연합(EU)은 한국 정부가 하이닉스를 회생시키기 위해 보조금을 지급해 자국 반도체 산업이 피해를 봤다고 판정했다. 하이닉스의 경쟁기업인 미국의 마이크론과 독일의 인피니온의 제소를 그대로 받아들인 것이다. 이에 따라 하이닉스 D램 반도체에 대해 미국은 44.29%, EU는 34.8%의 상계관세를 각각 부과했다.

한국은 지난해 8월 미.EU의 상계관세 부과가 부당하다며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했으며, 이를 심의하기 위한 WTO 패널이 지난 23일 설치됐다.

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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