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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외국광고 사전심의/미 압력에 철폐위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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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선정·폭력 부작용 뻔한데…/미 줄거리심사 요구에 정부 더 양보/빠르면 내달부터… 외국은 거의 「사전」
국내에 방영되는 외국방송 광고물에 대한 사전심의제도가 미국 무역대표부의 압력으로 철폐될 위기에 놓였다.
공보처는 지난 1일 방송위원회에 공문을 보내 『미국으로부터 광고 심의제도 개선요구가 있어 경제기획원이 이를 94경제행정규제 완화 과제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히고 『사전심의제도에 대한 개선 요구사항을 첨부하니 구체적 개선방안을 7일까지 통보해달라』고 요구했다.<관계기사 3면>
이 공문은 또 『경제행정 규제완화위가 4월중 최종안을 확정,5월부터 관계법령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므로 구체적인 대응논리 및 개선방안을 제시하지 않을시에는 경제기획원안(사후심의)대로 채택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혀 이미 정부안에서 사전심의제도 철폐에 관한 구체적 작업이 진행중임을 시사했다.
미국측이 하이트 국무부 경제담당관의 공보처 방문때(3월9일)를 비롯,3차 한미 경제협력대화기구 회의(2월4일)·6차 한미 무역실무자회의(4월4일)에서 일관되게 요구하고 있는 사항은 사전심의를 하더라도 현행 완성된 광고물 대신 줄거리(Story Board) 심의를 해달라는 것. 광고주의 경영비밀 사전 노출과 자원낭비를 방지한다는 것이 그 이유다.
그러나 이 공문에서 드러난 경제행정규제완화위의 방침은 미국의 압력보다 한발 앞서 『과도기적으로 줄거리 심의를 할 뿐만 아니라 결국은 인쇄매체처럼 사후심의를 한다』는 것이어서 파문을 던져주고 있다.
현재 외국광고는 국내 광고와 마찬가지로 심의만 통과하면 방송이 허용된 상태다. 이 때문에 사전심의가 철폐되면 선정·폭력적인 외국 광고물에 대한 규제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 언론 학계의 지배적인 견해다.
김승현 고려대 교수(언론학)는 『3개월이면 광고효과를 다 거두는 방송광고의 특성상 사후 규제는 아무런 효과가 없을뿐만 아니라 오히려 언론 노출로 광고효과만 높여줄 위험성이 높다』며 『이렇게 되면 남녀가 알몸을 맞대고 있는 청바지 광고나 미국에서도 꺼리는 담배광고에 대해서도 무방비상태가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한편 방송위원회는 사전심의 철폐에 대한 입장을 8일 오후 3시 방송위원회 정기회의에서 확정,빠르면 8일 저녁 공보처에 통보할 방침이다.
방송위원회가 준비하고 있는 방안은 ▲현행대로 완성물 사전심의를 원칙으로 하되 ▲기밀보호규정을 만들어 정보누출을 방지하고 ▲현행 「방영」 「방영 불가」 판정을 등급제를 도입해 「심야시간 방영」으로 세분하는 것 등으로 알려졌다.
방송광고 심의는 전세계적으로 사전심의가 일반적이다. 압력을 넣고 있는 미국조차 방송사에서 1차적으로 줄거리 심의를 하고 방송전에 완성물과 대조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일본도 미국과 같은 방식을 취하고 있다. 프랑스는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방송위원회에서 사전심의를 하고 있고 영국은 방송위원회 기준에 의해 방송사가 사전심의를 하고 있다. 대만은 행정기관인 신문국에서 직접 사전심의를 하고 있다.<남재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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