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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내생각은…

금강산 관광 개발 환경보호도 주요 변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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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스위스의 제네바·취리히는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 10위권 내에 거의 빠지지 않는다. 윤택한 생활 환경을 타고났거나, 조상 덕분에 관광 인프라가 잘 갖춰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아름다운 자연을 물려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오늘날 스위스 도시들의 명성은 거저 얻어진 것이 아니다. 제네바의 레만 호수만 해도 물고기가 살 수 없을 만큼 오염이 심했지만 정부와 시민들이 50년에 걸쳐 노력한 결과 지금은 바닥의 돌멩이들도 보일 정도로 깨끗해졌다. 정부의 장기적 안목과 국민의 노력이 밑바탕이 된 것이다. 서울을 여행할 때마다 비행기에서 느끼는 것은 제네바나 취리히의 밤은 깜깜한 반면 서울의 밤은 대낮같이 밝다는 점이다. 스위스도 작은 땅덩어리에 석유 한 방울 안 나는 것은 우리와 마찬가지이기에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금강산 관광이 허용된 지 거의 10년이 돼 간다. 이제 곧 금강산 골프장도 개장되고, 승용차로 비로봉에 들어갈 수 있도록 추진 중이라는 기사를 읽었다. 단기적으로는 관광객을 증가시키겠지만 장기적으로 관광산업 활성화에 바람직할지 의문스럽다. 외국 친구들과 한국의 유명 관광지를 방문할 때면 여기저기 깎여 있는 산등성이, 구석구석 가장 좋은 자리에 어김없이 보이는 모텔들, 출입구에 즐비한 가게들은 관광의 묘미를 망친다. 스위스의 유명한 관광지 체르마트의 마터호른을 찾는 관광객은 해마다 넘친다. 그렇지만 스위스 정부는 일정 지점까지만 승용차 입장을 허용하고 가게나 호텔들도 허용 구역이 따로 있다. 이것이 수익성을 저해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마터호른·제네바는 지금도 세계적으로 관광 수입이 가장 많은 여행지 가운데 하나다. 남북통일을 기원하기에 금강산 관광산업이 활성화하기를 바란다. 그러나 환경오염을 부르는 승용차 입장이나 골프장 등 단기 수익성과 투자만을 생각하지 말고, 금강산 일대가 남북한의 세계적인 관광지가 될 수 있도록 장기적 안목에서 환경보호에도 신경을 썼으면 좋겠다. 그것이 세계 여행객들을 끌어들이고, 한국 도시들을 친환경 미래도시로 만드는 일이다.

허승훈 제네바 국제학대학원 박사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