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제41기 KT배 왕위전' 누가 푹 잤을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9면

'제41기 KT배 왕위전'

<도전기 4국>
○ . 이창호 9단(왕 위) ● . 윤준상 6단(도전자)

제1보(1~19)=5월 하순 중국의 쓰촨(四川)성에서 시작한 도전기가 거의 두 달 만에 종착역까지 왔다. 스코어는 2 대 2. 젊은 도전자가 앞서나가고 왕위가 뒤를 쫓는 형국이 이어졌다. 최종국이 7월 18일 오전 10시 한국기원에서 시작됐다. 큰 승부는-바둑이나 스포츠를 막론하고-전날 밤 누가 잠을 잘 자느냐가 관건이다. 이날은 과연 누가 잠을 푹 잤을까. 왕위 12연패를 앞둔 이창호 9단일까, 아니면 국수에 이어 왕위까지 2관왕을 노리는 윤준상 6단일까.

돌을 새로 가리니 도전자가 흑. 6집 반의 큰 덤에도 불구하고 프로들은 여전히 흑을 선호하는 편이다. 그러나 이번 도전기는 묘하게도 지금까지 네 판 모두 백번 필승이다 (1국=윤준상 백 불계승, 2국=이창호 백 반집 승, 3국= 윤준상 백 3집 반 승, 4국= 이창호 백 1집 반 승). 흑을 선호하는 이창호 9단과 백번 필승의 흐름이 미묘하게 교차하는 가운데 초반전이 빠른 속도로 진행됐다.

8의 걸침과 9의 두 칸 높은 협공이 최근의 유행이다. 중국식 포진에서 A의 갈라치기면 온유하지만 좀 더 적극적으로 두고 싶을 때는 8로 곧장 걸쳐 버린다. 9도 전투적인 수법. 이 정석은 미완성이고 아직 진화 중이다. 백 14가 중요한 갈림길. 실리적이며 확전을 피한 수인데 최종국을 맞이하는 이창호 9단의 내면을 엿볼 수 있다. 오늘은 전투보다는 실리로 가겠다고 그는 말하고 있는 것이다.

윤 6단은 17로 먼저 끊었는데 '참고도'처럼 흑1~7의 정석도 한동안 유행했다. 선수를 잡은 백이 우상귀에 걸치는 바둑이 된다.

박치문 전문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