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Bs] 매년 매출이 1조원씩 느는 그곳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14면

현대모비스의 사원들이 서울 역삼동 본사 앞에서 회사 이니셜을 들고 있다. 위에서 부터 이형종, 박강희, 김재희,이라경, 이영재씨. [사진=안성식 기자]

현대모비스가 7월 1일로 창립 30주년을 맞았다. 현대정공이라는 사명으로 1977년 설립돼 정몽구 현대·기아자동차그룹 회장이 초대 사장을 맡았다. 97년 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갤로퍼·싼타모 등 4륜구동 완성차를 생산하는 차량사업을 현대자동차에 넘기고 99년 말부터 현대차에 섀시모듈을 생산·공급하기 시작했다. 자동차 부품 전문회사로 탈바꿈한 것이다. 2000년 11월에는 회사명을 현대모비스로 바꿨다.

 이후 매년 매출액이 1조원 정도씩 증가해 일본의 자동차 전문 조사업체 포린(Fourin)의 조사 결과 전 세계 자동차 부품회사 19위(2006년 매출액 기준)에 올랐다. 미국·중국 등지에서 모듈을 현지 생산하고 153개 차종 112만여 개의 현대·기아차 애프터서비스용 부품을 공급한다. 장윤경 홍보이사는 “2010년 세계 톱10의 부품 전문회사로 발돋움하는 게 회사의 목표”라고 밝혔다.

 ◆“부문별로 선호하는 인재상 다르다”=신입사원 채용은 서류, 인성검사, 실무진 면접, 영어 인터뷰, 임원 면접 등으로 진행된다. 본 게임은 면접이다. 팀장급들이 진행하는 실무면접은 직군별로 한다. 영업 부문은 친화력이나 진취적 기상을, 연구개발(R&D) 부문은 창의적 사고와 치밀함 등을 주로 평가한다. 임원 면접의 경우 인성을 중점적으로 보며 조직 적응력, 글로벌 마인드 등을 살핀다. 지난해 말 기술연구소 디자인팀에 입사한 장현진(26)씨는 “면접에서 내 주장을 고집스러울 정도로 적극 제시했다”고 말했다. 어렸을 때부터 자동차를 좋아해 e-메일 주소를 ‘카 매니어’로 사용할 정도인 그는 “본인이 심혈을 기울여 제작한 디자인을 묵살하고 최고경영층에서 제안을 변경하고자 했을 때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을 받았다. “다른 사람들은 경영층의 의견을 따른다고 했는데 저는 제 소신을 분명히 밝혔지요. ‘디자이너는 자동차라는 예술품을 만드는 장인으로 자신의 작품에 자신감과 고집이 있어야 한다. 자신의 디자인을 끝까지 관철시키도록 애쓰겠다’고 대답했어요.”
 면접을 진행한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R&D 부문이었기에 후한 점수를 얻었지만 영업 부문이었다면 친화력 면에서 감점 요인이 됐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사업 부문별로 어떤 인성을 중시하는지 파악하는 게 좋은 점수를 받는 데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글로벌 경쟁력, 회사에서 키운다”=이 회사는 영어 인터뷰에 가중치를 두고 사원을 선발한다. 제2 외국어를 사용할 수 있다면 더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합격이 결정되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인재’에 맞는 교육을 시작한다. 대표적인 것들이 ▶사내 어학당 운영 ▶직원 해외 연수 ▶해외 단기 파견제도 ▶전문 직무 능력을 향상하기 위한 사외 MBA 과정 ▶사이버 직무과정 등이다. 특히 석 달에서 1년까지 북미·유럽·아시아 등지에 산재한 현대모비스 법인 및 지사에 파견돼 현지인들과 부대끼며 실제 업무를 배우고 현지 문화를 느낄 기회를 얻는다. 3∼4년차 이상 근무자를 상대로 1년에 40명 정도 선발한다. 사외 교육기관에 위탁해 국내 최고 수준의 MBA 강좌를 수강하고 직접 학위까지 이수하는 ‘MBA 교육’은 직원들에게 인기가 높다.

 인재지원팀 박태정(41) 차장은 “작은 부품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제 역할을 제대로 할 때 자동차의 핵심이 되는 커다란 모듈제품이 만들어지듯 글로벌 전문성을 살리고 조직과 자연스럽게 융화돼 최고의 성능을 발휘하는 ‘인재모듈’을 양성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고 설명했다.

 ◆“부모님! 인재를 주셔서 감사합니다”=현대모비스는 신입사원 부모를 초청해 입사식을 한다. 대표이사는 훌륭한 인재를 보내준 부모에게 감사를 표하고 가족은 입사를 회사와 함께 축하해 주는 축제의 장이다. 부품품질관리팀의 이현철(27)씨는 “현대모비스 입사에 자부심을 느낀 색다른 이벤트였다”고 회상했다.

 부서 배치를 받고 본격적인 회사생활이 시작되면 1년 동안 자신의 후견인 역할을 해 주는 멘토(Mentor)를 만난다. 업무는 물론 회사의 전반적인 상황을 습득함으로써 회사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도록 도움을 받는다. 또 1년 동안은 의무적으로 직무 및 어학교육에 참가해야 한다. 평가에서 최고 성적을 낸 사람에게는 해외 배낭여행의 특전이 주어진다.

현대모비스는

설립 연도:1977년

본사:서울 역삼동

직원 수:국내 4800여 명, 해외 9700여 명

2006년 실적: 매출액:8조1680억원, 영업이익:8166억원

생산 공장 : 국내 울산과 충남 아산·천안 등 전국 8곳. 해외:베이징 등 중국 여섯 곳, 미국 앨라배마 등 북미 세 곳, 인도 한 곳, 체코 등 유럽 두 곳

주 매출품:운전석, 섀시, 프런트 앤드 모듈, 에어백·브레이크 등 안전장치, 현대·기아자동차 AS용 부품 등

글=문병주 기자 <byungjoo@joongang.co.kr>
사진=안성식 기자 <ansesi@joongang.co.kr>

Q & A

Q: 올해 공채일정과 채용 인원은.

A: 미정이다. 예년 기준으로 10월 말∼11월 초 공채를 실시해 100여 명을 선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Q: 영어 인터뷰는 어떻게 진행되나.

A: 영어 사용권 원어민과 일대일 면접이다. 지원동기와 자동차 산업 전반에 대한 질문이 주를 이룬다. 자동차 산업 관련 용어를 익혀 가면 도움이 된다.

Q: 입사 후 근무지는.

A: 서울 역삼동에 본사가 있고, 공장은 충남 천안·아산과 울산 등 전국에 산재해 있다. 이공계 출신의 연구원은 경기도 용인 기술연구소에서, 기획·경영지원·구매·부품영업직은 본사에서 근무한다. 모듈 영업과 품질, 물류관리직은 본사 및 지방에서 근무한다.

Q: 출퇴근 시간은. 회식 때 술은 많이 마시나.

A: 오전 8시까지 출근해 오후 6시까지 근무한다. 회식은 팀 특성에 따라 자유롭다. 최근에는 연극 등 문화공연 관람 등으로 회식을 대체하는 경우가 많다.

Q: 대졸 신입의 연봉 수준과 해외근무 기회는.

A: 기본 연봉은 3000만원 정도다. 북미·유럽·중국·인도 등에 모듈 생산공장이 진출해 있으며 벨기에·모스크바·두바이 등 세계 물류 중심지에 물류거점을 확보하고 있다. 독일·중국·미국 등에 해외 연구소가 있다. 총 200여 명의 주재원이 해외에 상주하고 있다. 대리 3년차 이상 직원 중 별도의 선발과정을 거쳐 주재원을 선발한다. 5년 정도 해외에서 근무한다.

신입사원 "공무만큼 체험 중요해"

 

지난해 말 입사한 부품마케팅팀 박강희(27·사진)씨는 대학 4학년 2학기 때인 지난해 가을 현대자동차 충남 아산공장을 방문한 기억을 잊지 못한다. “공장 안에서 2만여 개의 자동차 부품이 어우러져 내는 아름다운 하모니에 매료되지 않을 수 없었죠.” 박씨의 인생 나침반이 자동차 부품회사로 향하게 된 순간이었다.

 공대생인 그는 재무 관련 동아리와 축구부 활동, 국제 대학생 학술 세미나 참석 등 학과 이외의 경험이 취업 성공의 밑거름이었다고 전했다. 면접을 준비하면서 인터넷 취업카페 등에 나오는 정형화된 문답보다는 대학 생활에서 인상 깊었던 활동과 스스로를 특화할 수 있는 내용을 정리했다. 영어 면접은 원어민과 5분 정도의 대화. 지원 동기, 희망 부서, 자동차 산업에 대한 생각 등을 주제로 대화했다. 박씨는 “세계적인 자동차 부품회사를 겨냥한 회사인 만큼 자동차 관련 지식이나 자동차 부품산업의 해외 동향을 미리 파악해 놓는 건 기본”이라고 조언했다.

 현대모비스에 입사해 박씨가 느낀 첫 인상은 ‘융화력’이었다. 대학 시절 자동차 공장에서 느꼈던 하모니가 회사 분위기에 그대로 녹아 있는 듯했다. “스포츠·문화 행사, 호프데이 등이 많았죠. 자신하건대 업계에서 가장 동료애가 끈끈할 겁니다.” 이를 위한 회사의 지원도 활성화돼 있다. 지난 시즌 통합우승을 차지한 현대모비스 농구단 경기를 관람하거나 경기도 용인 스피드웨이에서 자동차 레이싱을 관전할 기회도 많다고 한다. 매년 열리는 여름철 신입사원 하계 수련대회는 현대모비스 새내기들만의 기를 한껏 돋운다. 미국·독일·중국 등 현지 채용 외국인 관리 사원 22명이 올 하계 수련대회에 참가했다. 박씨는 “제주도에서 열린 수련회에서 한라산 등반을 마치고 들이켠 막걸리 한 사발의 추억이 생생하다”고 말했다.

문병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