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지풍 록' 이젠 감성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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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태지(32)의 새로운 화두는 '감성'이었다. 갱스터랩에서 얼터너티브록으로, 그리고 하드 코어까지 국내에선 낯선 음악들을 선보이며 극단으로 치닫는 듯 보였던 그가 이번엔 방향을 선회했다. 언제나 예측불허였던 음악적 스타일처럼 이번에도 서태지의 변신은 많은 이들의 예상을 비켜갔다. *** 개인의 내면 세계에 초점 7집 앨범 발표에 맞춰 29일부터 세 차례 공연에 들어가는 서태지가 25일 서울 하얏트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회견에 앞서 3년4개월만에 발표되는 신작 앨범의 주요곡들을 들어보는 시간이 있었다. 베일을 벗은 그의 신곡들은 어둡고 저항적인 이미지의 6집에 비해 한결 자유분방하고 친근한 느낌을 주었다. 그러나 주류 음악계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록발라드 계열과는 분명히 거리가 있었다. 여전히 비트는 강했고 사운드는 폭발적이었다. 강렬함과 섬세한 감성이라는, 물과 기름 같은 두 요소를 충돌시켜 '서태지식 서정성'을 담아낸 것이다. 모두 12곡이 담긴 이번 음반에 대해 서태지는 "앨범을 처음부터 끝까지 듣고 나면 한 곡을 들은 듯한 느낌을 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런 일관성을 추구할 수 있었던 것은 모든 노래들이 기본적으로 간단한 4개의 코드로만 진행되기 때문이라고. 여기에 어쿠스틱 기타 등이 더해지면서 다양한 변주를 들려주었다. 감성적인 측면은 사운드보다는 오히려 가사에서 확연히 드러났다. 통일과 청소년 문제 등 사회적 메시지를 중시했던 이전과 달리 개인의 내면 세계를 조명하는 쪽에 초점을 맞췄다. 서태지 본인의 뜻을 가장 잘 전달했다는 7번째곡 '로보트'는 어린 시절의 순수함을 잃고 비인간적으로 변해가는 어른들의 이야기이다. 10번째곡 'f.m business'는 음악이 돈으로 거래되는 현대의 음악산업에 대한 회의를 표현하면서도 그 중심에 서 있을 수 밖에 없는 자기 모순을 토로하고 있다. 서태지는 "누구나 갖고 있지만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는 아픔을 얘기하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어느덧 서른을 훌쩍 넘기며 그도 아이돌 스타에서 깊이있는 뮤지션으로 성숙해진 것일까. 이러한 내면으로의 침잠에 대해 평론가 강헌씨는 "그동안 그가 음악적 지평을 넓히는 것에 주력했다면 이제는 자기 음악의 깊이를 보여줄 나이"라며 동의를 표했다. *** 사운드는 여전히 폭발적 송기철씨도 "서태지가 한국 대중음악을 살려낼 수 있는 유일한 기대주인 양 떠드는 것은 과욕이다. 그도 이젠 자기 색깔을 가진 하나의 뮤지션으로 봐야 한다"고 평했다. 서태지는 "'서태지 돌풍'이 다시 불길 원하지만 과거와 같은 인기라든가 혹은 위기 의식 등으로부터 벗어난 지 오래"라고 담담히 말했다.

▶서태지 입국 스케치(플레이 버튼을 누르시면 재생됩니다)

최종 선택은 대중에게 달려 있다. 6집 앨범까지 매번 평균 1백50만장의 판매량을 기록했던 그가 이번에도 꽁꽁 얼어붙은 음반 시장의 벽을 뚫고 꿈의 '1백만장 돌파'라는 국내 가요계의 염원을 달성할까. 그 결과는 서태지 음악보다도 더 예측하기 어렵다. 최민우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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