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대전 정당성·왕실보호」 주장/일 우익테러 갈수록 기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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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총기사건등 10년새 백16건… 언론이 주표적
최근 일본사회에 우익단체가 언론 등을 상대로 폭력을 휘두르는 테러사건이 꼬리를 물고 있다.
언론이나 주요인사·기업 등을 대상으로 우익단체에 의한 폭력·테러사건은 최근 10년간 1백16건을 기록한 가운데 총기에 의한 테러사건은 27건으로 87년이후 급증하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2차대전의 정당성과 왕실보호를 외치며 이에 비판적인 언론·주요인사들을 대상으로 테러를 해왔다.
60∼70년대 빈발했던 적군파 등 극좌파에 의한 테러는 거의 자취를 감추었고 80년대 이후에는 대부분 우익단체에 의해 일어나고 있다.
1일 오후 아사히(조일) 신문 본사에서 일어난 우익단체의 인질농성사건도 일본의 전쟁책임과 사죄를 일관되게 주장해온 이 신문의 보도자세에 대한 시정이 주목적이었다.
권총·다이나마이트·일본도 등을 들고 침입해 6시간동안 인질극을 벌였던 우익단체 다이히카이(대비회)의 우치야마 구니야스(내산국태·41)와 조직원 후루자와 준이치(고택준일·29) 등 2명은 『2차대전후 도쿄재판에 의해 일본이 침략국가라는 불명예스러운 낙인이 찍혔다』며 『도쿄재판이 과연 정의의 재판이었는지 여부를 분석해 시정하도록 얘기를 하기 위해 왔다』고 말했다.
이들은 인질농성 6시간만에 경찰의 설득으로 인질을 풀고 자수했으며 이 과정에서 피해자는 없었다.
지난해 10월22일에는 이 단체 노무라(야촌) 전 회장이 아사히 신문의 보도자세에 항의,이 신문사 응접실에서 권총자살하기도 했다.
최근 우익단체의 주요 테러사건으로 아사히신문 한신(판신)지국 습격사건(87년),나가사키(장기) 시장 총기피습사건(90년),나가사키 신문사에 대한 발포사건(91년),영화감독 이타미 주조(이단십삼) 습격사건(92년),다카라시마(매도) 출판사빌딩 및 사장댁에 대한 총탄발사(93년) 등을 들 수 있다.
지난해 11월 다카라시마 빌딩에 총탄을 발사한 혐의로 체포된 테러범 2명은 『왕실비판 보도에 대한 반발로 범행을 했다』고 밝혔다.
모토지마 히토시(본도등) 나가사키 시장도 일왕에 전쟁책임이 있다고 발언했다가 피습당한 적이 있으며,나가사키 신문은 모토지마 시장의 일왕 전쟁책임 발언에 대한 우익단체의 의견광고를 거부했다가 총탄 2발이 사내로 날아들기도 했다. 또 나가사키 신문의 광고거부 취소를 요청한 우익단체의 소송을 기각한 나가사키 지방법원에도 총탄이 날아들었다.
90년 4월에는 히로히토(유인) 왕의 장례절차중 하나인 다이조사이(대상제) 반대성명을 낸 기독교계 4개 대학장중 페리스여학원 대학장집에 총탄이 발사됐으며 다른 학장집에는 전화항의가 빗발쳤다. 이밖에 91년 북한을 방문한 가네마루 신(김환신) 전 자민당 부총재집에는 화염병이 날아들었으며 자민당 당사가 우익단체에 의해 점거되기도 했다.<동경=이석구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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