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오르는 민주신당 컷오프 D-1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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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SUNDAY

범여권이 긴박해졌다. 대통합민주신당의 3∼5일 예비경선(컷오프)이 이벤트의 시작이다. 국민·선거인단 여론조사 결과를 반반씩 반영해 아홉 명의 후보 중 본경선에 나설 다섯 명을 고른다. 1인2표 방식. 후보들은 자신만이 이명박 후보에 맞서 이길 수 있다고 강변한다. 이 후보 측 정두언 의원은 “경제침체 장기화, 사회의 좌편향을 해결할 사람은 이 후보뿐”이라며“민주신당 후보들은 경제를 살리거나 균형 잡힌 사회를 만드는 리더십과 거리가 있어 이 후보의 상대가 안 된다”고 자신감을 표했다. 이런 이 후보를 꺾겠다는 아홉 명의 필승 시나리오는 무엇일까.

손학규(왼쪽),정동영(오른쪽)


손학규
“한나라당 지지 뺏어올 사람 누가 있나”

범여권에 합류한 뒤 첫 시험대에 서게 된 손학규 후보는 연일 경쟁자들의 공세에 시달리고 있다. 한나라당 전력에 집중됐던 비판은 점차 영역이 확대된다. 한명숙 후보는

“손 후보가 만든 영어마을은 엉터리”라며 경기지사 시절의 성과까지 도마에 올렸다.

그럼에도 캠프는 기세를 올리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두 자릿수의 벽을 잇따라 돌파한 게 활력소다. 지난달 30일 오후 4시쯤 대전에서 캠프의 우상호 대변인으로부터 전화로 여론조사 결과를 보고받은 손 후보는 “더 열심히 하자”며 참모들을 격려했다고 한다. 캠프 회의에선 “이제 20% 돌파 전략을 세우자”는 얘기도 나왔다.

민주신당 후보 중 여론조사 1위인 손 후보는 컷오프 통과가 확실시된다. 따라서 전략은 본경선 승리와 이명박 후보를 꺾는 데 집중된다. 이 후보를 물리치려면 한나라당 표를 뺏어올 후보가 필요하다는 논리를 앞세운다. ‘한나라당 자산론’이다.

우 대변인은 “한나라당과 이 후보의 지지율이 50∼60%에 이르기 때문에 이걸 부수지 않고서는 대선 승리를 할 수 없다”며 “한나라당의 지지를 가져올 사람은 손 후보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손 후보의 최대 약점으로 지적되는 한나라당 탈당 문제를 역으로 활용하는 전략이다.

“손 후보가 나서야 ‘도로 열린우리당’ 소리를 안 듣는다”는 주장도 편다.

이 후보와의 차별성을 부각시킨다. 부패 대 클린, 부자 대 서민의 싸움으로 몰고간다는 구상이다.

이 후보가 서울시장 때 청계천으로 조명을 받았지만 일자리 창출이나 지역 경제성장에선 경기도를 이끈 손 후보가 훨씬 앞섰다는 수치를 제시한다. 이를 근거로 이 후보를
‘가짜 경제, 낡은 경제’로 몰아붙인다.

두 차례의 민심대장정을 통해 서민 이미지가 굳어진 만큼 유권자들과의 직접 접촉이 늘수록 지지가 올라갈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있다.

강주안 기자

정동영
“개성공단 보라, 평화 전선에서 이명박 압도”

“김대중(DJ) 정부와 노무현 정부에 뿌리를 둔 후보면 이길 수 있다.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이 그렇다.”

컷오프 통과가 유력한 정동영 후보의 전략통인 민병두 의원은 “뿌리가 깊지 않으면 전선이 형성되지 않고, 고정 지지세를 결집시킬 수 없다”며 이렇게 주장했다.

DJ정부에서 발탁돼 햇볕정책 계승을 위해 노력했고, 열린우리당 의장으로서 노무현 정부의 정치개혁 실험을 주도했다는 것이다. 다분히 지지율 1위인 손학규 후보를 겨냥하는 이야기다.

“전통적 지지기반 위에서 차별성을 만들어야 한다. 손 후보는 그게 어렵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노무현 정부의 성과를 인정하는 ‘친노’ 후보는? 그는 “친노 후보로는 외연확대가 어렵다”고 잘라 말했다. 전북 출신인 정 후보는 탄탄한 조직을 자랑하면서도 노 대통령과의 갈등, DJ의 가신그룹인 동교동계와의 악연 등이 걸림돌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민 의원은 속사정은 많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DJ가 정 후보에게 ‘호남 후보는 안 된다는 것은 허구다. 정면돌파하면 된다’고 격려했다. 또 지금은 동교동계와의 갈등도 상당히 해소됐다. 노 대통령도 몇 달 전 전북의 한 자리에서 자신이 정 후보를 버리지 않았다고 말했고, 정 후보도 현 정부의 공과를 안고 가겠다고 화답하고 있다.”

민 의원은 “정 후보가 이번 대선에서 형성될 ‘평화 전선’에서 남북 간 신대결주의를 조장하고 있는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를 압도한다”고 강조했다.

그 자산은 개성공단의 성과다. 통일부 장관 시절 설계도만 있던 개성공단을 실제로 만들고, 돌아가게 하고, 지켜냈다는 것이다. 그는 또 “남북 정상회담에서 의미있는 진전이 이뤄지고, 이명박 후보에 대한 도덕성 검증이 추가로 이뤄지고, 새로운 연대세력을 확보하면 정 후보가 이명박 후보를 꺾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상렬 기자

친노 3인방
“선명한 차별성 보여야 反한나라 세력 결집”

‘친노 3인방’으로 꼽히는 한명숙 전 총리, 이해찬 전 총리, 유시민 전 복지부 장관의 전략가들의 분석엔 공통점이 있다. 한나라당을 탈당한 손학규 후보로는 한나라당과 대립각을 세워 김대중(DJ) 전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 지지자들을 결집시킬 수 없다는 것과, 정동영 후보는 호남 출신인 데다 참신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세 사람 간의 후보단일화가 이뤄지면 지지율이 급반등할 것이라는 전망도 같았다.

■한명숙 후보= 한 후보 캠프의 황창화 총괄기획단장은 “한 후보가 이명박 후보를 이길 수 있는 드라마적인 상품성이 가장 높다”고 말했다.

-무엇이 드라마적인 상품성인가.

“여성 후보라는 극적인 요소가 있다. (경선을 통과하면)조직과 세가 취약한 한 후보가 바람몰이로 이겼다는 것도 극적 요소가 될 것이다.”

-무엇이 한 후보의 경쟁력인가.

“이명박 후보와 가장 대비된다. 민주화운동을 하면서 남편을 13년 동안 옥바라지했다. 북한 출신으로 이산가족의 아픔을 겪었다. 청렴하고 서민적이다.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이라는 확고한 이미지가 있다. 평택 미군기지 이전 등에서 보여준 갈등 조정과 통합의 이미지다. 단일후보가 되면 극적 효과가 더 커질 것이다.”

-한 후보로 단일화돼야 하는 이유는.

“대중의 거부감이 엷다. 친노 세력 외에 플러스 알파를 가져올 수 있는 후보다.”

■이해찬 후보= 이 후보 캠프의 정태호 기획실장은 “반한나라당 세력을 결집할 수 있어야 이길 수 있고, 반한나라당 연합전선을 구축할 수 있는 사람은 이해찬 후보밖에 없다”고 말했다.

-왜 그런가.

“현실적으로 반한나라당 세력이란 DJ와 노무현 대통령 지지세력이다. 이 후보에겐 정통성이 있다.”

-무엇이 이 후보의 경쟁력인가.

“이명박 후보와 가장 차별화된다. 도덕성 측면에서 누구도 시비 걸 만한 것이 없고 정치개혁이란 측면에서 가장 앞서 있다. 국정운영 능력은 이미 검증됐다. 일 잘한다는 것은 한나라당 지지자들까지도 다 인정한다.”

-이 후보로 단일화돼야 하는 이유는.

“국민들은 중심 잡고 소신있게 끌고 나가는 유능한 대통령을 원한다. 이 후보에겐 흔들리지 않는 추진력과 능력에 대한 신뢰가 있다.”

-지지율이 뜨지 않는데.

“이명박 후보가 50%가 넘는다고 하지만 응답률이 10%대에 그치는 상황에서 나온 거다. 무응답층에 우리 지지가 숨어있다. TV토론이 시작되면 국정에 대한 이 후보의 깊은 이해와 능력이 부각될 것이다.”

-비호감 이미지는 어떻게 생각하나.

“큰 판에서는 변수가 아니다.”

■유시민 후보= 유 후보 캠프의 선대본부장을 맡은 김태년 의원은 “판을 뒤흔들 수 있어야 이길 수 있다”며 “유 후보가 그런 일을 할 수 있는 유일한 후보”라고 말했다.

-왜 그렇다고 보나.

“우선 후보 개인의 품질이 높다. 이기기 위해선 무응답층과 부동층을 끌어들일 수 있어야 한다. 그러자면 자기 이야기가 있어야 한다. 9명 후보 중 자기 이야기를 하는 사람은 유 후보밖에 없다.”

-유 후보의 경쟁력은.

“30대, 40대와 가장 정확하게 소통할 수 있다. 고령층 호응도 좋다. 우리 사회는 신선하고 다이내믹한 걸 좋아한다. 그것이 유 후보의 이미지다. 반면 이명박 후보는 무겁고 어둡다.”

-비호감 이미지 지적이 많은데.

“호감 1위, 비호감 1위였다가 최근 비호감은 줄어들고 있다. 마니아 수준의 열광적인 지지자들이 많다는 것은 선거에서 매우 큰 강점이다. 이들은 로열티 측면에서 MB연대보다 더 강력하다. 무엇보다 유 후보 스스로 많이 바뀌었다. 국가를 경영하는 위치에선 책임있는 자세를 지녀야 한다는 점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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