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랍 한국인 19명 오늘 인천공항 도착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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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호 03면

탈레반에 납치됐다가 풀려난 뒤 지난달 31일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 도착한 한국인 19명이 1일 오후 서울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두바이 국제공항 출국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두바이=연합뉴스]

아프가니스탄 내 탈레반에 한 달 보름 동안 납치됐다가 풀려난 한국인 19명은 지난달 31일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 안착해서도 억류 생활의 충격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표정이었다. 이들은 두짓두바이 호텔에서 하룻밤을 보냈으며 KE-952편을 이용해 2일 오전 6시35분 인천공항에 도착한다.

출발 직전까지 충격 벗어나지 못한 표정…외부 접촉도 꺼려

▶공항 표정=19명은 이날 오후 4시50분(한국시간 오후 9시20분)쯤 유엔 특별기 편으로 아프간 수도 카불을 떠나 2시간30분 만에 두바이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이들은 모두 여권을 탈레반에게 빼앗겨 외교부가 임시 여행증명서를 발급했으나 두바이 공항 측에서 ‘경유할 수는 있지만 입국장을 빠져나올 수는 없다’는 규정을 들어 입국 심사를 거부하는 바람에 공항 안에서 한 시간 반 정도 대기했다.

복장은 흰색과 회색 상의를 입은 3명의 여자를 제외하고는 모두 후드가 달린 짙은 남
색 트레이닝복 차림. 이들은 모두 몹시 지친 얼굴로 정부 측에서 입국장 바로 옆에 대기해둔 버스에 올라 두짓두바이 호텔로 향했다.

공항에는 한국 언론뿐아니라 AP·AFP·로이터 등 통신사와 현지 일간 칼리즈 타임스, 현지 방송 쿠리안 TV 등 외국 언론사 취재진 50여 명이 몰려 혼잡을 빚었다. 칼리즈 타임스의 아미라 가리브 기자는 “한국인 인질이 두바이 공항으로 온다는 것은 이곳에서도 큰 뉴스였다”며 “인질 관련 뉴스를 매일 다뤘다”고 전했다. AFP 두바이 주재 기자인 라이드 아보락헵은 “인질 관련 뉴스가 한국인에게는 매우 민감한 주제라는 것을 이해한다”면서도 “한국 기독교인들이 아프간 같은 곳에 다시 가겠다고 주장하는 것을 듣고 상식에서 한참 벗어났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두바이 공항 대변인 하산 암하즈는 “한국 정부 측에서 ‘인질들이 피곤해 하니 기자들에게 사진은 찍을 수 있되 질문은 하지 못하게 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소개했다.

▶호텔 투숙=이들은 호텔에 도착해서도 언론과의 접촉을 피한 채 곧바로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대신 배형규 목사가 숨진 뒤 인질 대표가 된 유경식·서명화·고세훈씨 등 3명은 기자들과 10분 정도 회견했다.

유씨는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 무사히 나올 수 있게 성원해 주신 국민 여러분과 정부 관계자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고씨는 “우리 팀은 모두 24번이나 옮겨 다녔다”며 “생각할 겨를도 없이 매일 끌려 다니다시피 했다”고 전했다. 이들은 호텔방으로 들어간 뒤에는 외부 출입을 자제하고 방에서 휴식을 취했다. 호텔 관계자는 “갑작스럽게 많은 방을 예약하는 바람에 이들은 한 층을 사용하지 못하고 몇 개 층으로 나눠져 투숙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19명은 하룻밤을 자고 난 뒤 다소 평온을 찾는 모습이었다. 이들은 이날 오전 8시 호텔 24층의 식당 ‘캘리포니안’에서 외교부 소속 협상팀 관계자들과 아침 식사를 했다. 이 식당은 뷔페식이지만 이들은 대부분 한두 차례 자리를 떴으며 식당 한편에 마련된 테이블에서 조용히 식사를 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협상팀조차 카불 공항을 이륙해 안정된 고도에 오를 때까지 긴장했었는데 인질들은 어땠겠느냐”며 “두바이에 도착해 하룻밤 묵으면서 ‘이제는 안전하구나’하는 생각이 들겠지만 본인과 가족들이 언론에 노출되는 것을 극도로 꺼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호텔 관계자들은 19명이 룸서비스도 거의 이용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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