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사수신'도 바람타네

중앙일보

입력

“십수년간 증권회사에서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비상장 우량주식에 투자합니다. 6개월 이내에 최소 50% 이상의 수익을 보장합니다.”

지난 8월24일 서울 강남에서 열린 한 투자설명회. 50여명이 모인 사무실은 ‘대박’에 대한 열기로 뜨겁다. 30대에서 60대까지 참석자의 연령대도 다양하다. 양복을 말끔하게 차려입은 강사의 ‘솔깃한’ 설명이 계속된다.

“올 초 투자한 A사의 주가는 128%, B사는 196% 올랐습니다. 이번에 투자할 C사는 곧 상장을 앞두고 있어서 주가상승률이 더 높을 것입니다.”

◇ 비상장주식 매개 유사수신행위 기승

올 초부터 주식시장이 호황을 누리면서 주식을 매개로 한 유사수신행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지난 2~3년간은 부동산시장이 호황을 누리면서 부동산개발을 미끼로 한 유사수신행위가 주류를 이뤘지만 올해부터는 주식이 단연 대세다.

이들 유사수신업체들은 비상장주식을 활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유사수신업체 에게 비상장주식은 기업에 대한 정보가 공개돼 있지 않아 투자자를 속이기 쉽다. 또한 상장 차익으로 더 큰 돈을 벌 수 있다며 투자자를 유혹하기 쉽다.

금융감독원 한 관계자는 “올 초부터 주식을 이용한 유사수신행위에 대한 제보가 끊이질 않고 있다”며 “전문적이고 조직적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 적발은 더 힘들어진 반면 투자자들은 더 쉽게 속아 넘어간다”고 설명했다.

특히 최근 주식시장이 조정을 받으면서 피해사실을 인지하는 투자자들도 늘어나고 있다. 주가가 떨어지면서 원금손실을 우려한 투자자들이 투자금 반환을 요구하게 되고 그제서야 피해 사실을 알게 되는 경우가 많다.

◇ 불법 펀드도 속속 등장

불법 펀드에 가입했다 피해를 호소하는 투자자들도 끊이질 않고 있다. 유사수신업체들이 원리금 보장을 미끼로 내세우는 반면 불법 펀드는 원리금 보장보다는 높은 수익률을 내세우는 경우가 많다.

또 다른 금감원 관계자는 “불법 펀드의 경우 인터넷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하고 단기간에 높은 수익률을 제시한다”며 “인터넷 검색을 통해 적발하거나 제보를 받아 매월 1~2건씩 수사당국에 통보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표적인 불법 펀드는 리츠(REITs, 부동산투자회사)를 모방한 ‘Retis’. 부동산 개발 등 단기 운용을 통해 고수익을 돌려주겠다며 ‘법적 보장’ 등의 용어를 사용, 투자자를 안심시킨다. 또한 공인회계사와 변호사 등으로 구성된 전략투자운용팀을 강조, 전문성을 갖춘 합법적인 펀드인 것처럼 투자자를 현혹하는 수법을 주로 쓰고 있다.

이 관계자는 “합법적인 펀드의 경우 금감원이나 자산운용협회 홈페이지의 ‘펀드 조회’란에서 조회해 볼 수 있다”며 “의심이 가는 경우 투자이전에 반드시 조회해서 확인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불법 펀드는 유사투자자문업자와 연결돼 있는 경우도 많다. 유사투자자문업자는 단순 신고만하면 영업이 가능한 반면 투자자문회사나 일임회사는 일정한 등록요건을 갖춰야 한다. 이 때문에 유사투자자문업자는 1:1 투자자문이나 투자일임업무를 할 수 없고 고객으로부터 현금 또는 유가증권을 예탁받을 수 없다.

◇ 종착역은 주가조작

유사수신이나 불법 펀드는 대부분 주가조작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투자자들에게 제시한 수익률은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도저히 달성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에는 유사수신행위가 다단계방식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투자자가 다른 투자자를 끌어들이는 구조여서 피해자나 피해 규모가 수백억원대를 넘는 경우가 허다하다.

최근에 주가조작이 적발된 L사나 H사 모두 다단계 방식을 동원에 자금을 끌어 모았고 이 자금을 주가조작에 활용했다.

당국 관계자는 “유사수신이나 불법 펀드 모두 ‘대박’을 꿈꾸는 투자자들이 걸려들기 쉽다”며 “수익률을 평균보다 지나치게 높게 제시하거나 원리금 보장을 내세우는 경우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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