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틴틴 경제] 회사 덩치 작으면 '우대' 하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7면

중견 자동차 부품업체 A사는 지난해 부랴부랴 회사 분할작업에 들어갔습니다. 회사 규모가 커져 자본금 규모가 늘어나자 이를 줄이기 위해 내린 결정이었습니다. 회사가 성장하면 좋은 일일 텐데 왜 회사를 나눠 규모를 줄였을까요.

그 이유는 그동안 중소기업으로 분류됐던 회사가 자본금.종업원 수가 많아져 중소기업의 요건을 벗어나 대기업으로 분류될 상황이었기 때문입니다. 즉 중소기업에 주어지던 여러 가지 혜택을 누릴 수 없게 되자 회사를 나누어서라도 중소기업으로 남으려 했던 것입니다. 대기업이 되면 금융기관이 정책적으로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우대 대출을 받지 못하게 되니까요. 또 A사와 거래하던 자동차 회사에서 만기 60일짜리 어음을 끊어주다가 1백20일짜리로 만기를 늘리겠다고 했답니다. "같은 대기업끼리 우대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대.중.소로 쉽게 나눈 것처럼 보이는 기업의 종류도 이처럼 간단치 않습니다. 대기업이냐, 중소기업이냐에 따라 복잡하게 얽혀 있는 각종 제도와 규제가 다르게 적용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중소기업과 대기업은 어떻게 구분하는 걸까요. 대기업.중견기업.중소기업 등의 구분은 물론 회사 건물이나 매장 크기를 보고 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렇게 구분하는 가장 큰 기준은 '중소기업기본법'이라는 법입니다.

이 법에 따라 정부는 근로자 수.자본금.매출액 등을 기준으로 한 중소기업의 요건을 시행령으로 정해놓고 있습니다. 시행령이란 해당 법의 취지에 맞춰 그 법을 시행하는 데 필요한 구체적인 내용을 명시해 놓은 하위 법규입니다. 업종별 특성도 고려했기 때문에 실제 기준은 매우 복잡합니다. 예를 들어 제조업종의 경우엔 '상시 근로자 수 3백명 미만 또는 자본금 80억원 이하'인 기업이 중소기업입니다. 두 가지 조건을 모두 벗어나게 되면 중소기업이 아닌 대기업으로 분류됩니다.

2001년 통계를 기준으로 분석한 결과 중소기업은 수적으로는 국내 전체 기업의 99.8%(2백87만1천9백51개)를 차지합니다. 대기업은 나머지 0.2%(4천8백66개)에 불과합니다. 중소기업 가운데에서도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기업을 소기업이라 하는데 전체 업체 수의 97%에 달합니다. 소기업은 ▶제조.운수업 등은 종업원 수 50명 미만인 기업▶기타 업종은 10명 미만인 기업이 해당됩니다.

중소기업을 구분하는 주된 이유는 중소기업을 육성하기 위한 것입니다. 대기업과의 경쟁에서 아무래도 불리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정부가 적절한 지원을 해주는 것입니다. 중소기업은 세금 감면이나 정책자금 지원을 받을 수 있고, 외국인 연수생.병역 특례 등을 통해 인력 충원에서도 각종 혜택을 누립니다.

A기업의 경우처럼 중소기업의 종업원과 자본금 기준을 벗어나게 되면 3년간의 유예기간을 주고 있습니다. 정부가 지원해주던 '우산'에서 벗어나 어엿한 대기업이 되려면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이와 함께 중견기업이라는 용어가 있습니다. 이것은 법률이 정한 개념은 아닙니다. 법적으로는 중소기업이 아닌데 대기업으로 부르기에는 모호한 회사들을 일컫는 용어입니다. 매출액은 대략 수백억원에서 수천억원대이면서 해당 업종에서 상위권에 있는 기업들이라고 보면 됩니다. 이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단체로 중견기업연합회라는 조직이 있습니다. 이 단체의 전현철 전무는 "국가 경제에 기여하는 데도 자신의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중견기업을 대변하기 위한 모임"이라고 설명합니다.

그렇다면 삼성.현대 등 흔히 대기업이라고 부르는 기업들은 어떻게 구분지어져 있을까요. 이들은 공정거래법상 대규모 기업집단이라는 이름으로 규제를 받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자산 규모 5조원 이상의 대규모 기업을 '출자총액제한 기업집단'으로 정하고 각종 규제를 하고 있습니다. 경제력의 집중을 막기 위한 것이죠. 이들 회사는 순자산의 25% 이상을 다른 기업에 출자하지 못합니다. 우리나라에는 삼성.현대.LG.SK 등 17개의 기업집단이 있습니다.

김승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