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품 파는 만큼 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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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2001년 말 명예퇴직한 양재수(39)씨. 그는 이듬해 6월 경기도 고양시에 향기관리업 '에코미스트'(www.ecomistkr.com) 대리점을 연 뒤 40여 곳의 사무실과 개인병원 등을 돌아다니며 '향기'를 관리해주고 있다. 좋은 향기로 집무실 분위기를 쾌적하게 만드는 사업이다. 대리점이라고는 하지만 사무실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다.

직접 돌아다니며 본사에서 공급받는 자동 향 분사기와 향제품을 관리.판매한다. 투자액은 사업하기에는 적은 돈이랄 수 있는 1천만원 정도. 그러나 엄청난 노력과 고객과의 끈끈한 신뢰를 바탕으로 현재 월 평균 1천만원가량의 매출에 순익은 5백만원 정도 올린다.

최근 소자본 무점포 창업에 대한 관심이 크다. 대개 가진 돈이 적어 점포를 낼 형편이 못 되는 창업 희망자들이 그렇다. 부업을 가지려는 가정주부나 직장인들도 적당한 아이템을 찾아 나서고 있다. 이들이 찾는 것은 대개 2천만원 이하의 적은 자본으로 해볼 수 있는 사업들이다.

◆ 어떤 업종이 유망한가=창업 희망자가 늘어나면서 소자본 무점포 사업의 종류도 다양해졌다. 그동안 자판기 사업, 건강식품 판매 등에 그쳤으나 최근에는 외식배달, 어린이 교육사업 등의 아이템도 등장했다.

가장 대표적인 무점포 창업은 아침식사 배달업. 영양밥.죽.국 등을 매일 아침 사무실 및 가정으로 직접 배달한다. 한꺼번에 여러 명 몫을 배달할 수 있는 대형 사무실을 공략하면 수월하다.

가정을 방문해 아동 도서와 비디오 등을 빌려주는 사업은 본사가 가맹점에 정가의 65% 가격에 책을 공급하고, 가맹점은 회비로부터 거둔 돈 전부를 갖는 방식이다. 경기도 산본 신도시에서 아동도서.비디오 방문 대여업체인 '동화친구'(www.dfriend.com)를 운영하고 있는 김은정(34)씨는 두 아이를 키우면서도 월 3백만원 정도의 짭짤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 총 투자비용은 5백30만원이 전부였다.

이밖에 ▶가정에서 초등학생이나 유치원생들을 불러 학습을 도와주는 어린이 공부방▶맞벌이 부부를 위한 베이비시터(아기 돌봐주기) 파견업▶낡은 욕실을 깔끔하게 다듬는 욕실 코팅업 등도 있다.

◆ 주의할 점은 없나=사업성에 대한 치밀한 검토없이 뛰어들었다가는 실패한다. 사전에 철저한 준비가 돼있지 않으면 경솔하게 창업하지 말라는 것이다. 또 창업 초기부터 대중성이 검증된 아이템을 선택하는 것이 유리하다. 적더라도 꾸준히 수익을 올려야 도중에 포기하지 않고 사업을 지속적으로 꾸려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소자본 무점포 창업은 말 그대로 점포 없이 내 사업을 꾸려나가는 것이므로 고객이 있는 곳을 직접 찾아다니며 영업해야 한다. 그만큼 적극적인 홍보와 발품이 많이 든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이 때 홍보는 고객을 직접 만나 하는 것이 좋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자금의 열세를 성실성과 적극성으로 극복하겠다는 의지다. 소자본 무점포 창업은 개인의 영업능력과 아이디어가 생명이다. 창업자가 다양한 아이디어를 갖고 적극적으로 임하지 않으면 성공 가능성은 희박하다.

FC창업코리아의 강병오 대표는 "대체로 수익성이 낮은 소자본 무점포 창업의 특징은 쉽게 시작해서 쉽게 포기하는 것"이라며 "자신이 감당할 수 있고, 일정한 수익을 낼 수 있는가를 충분히 검토한 뒤 시작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이현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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