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 그림 찾기같은 북핵해법-중국역할론 진짜 의도는 뭘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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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金泳三대통령의 이번 중국방문으로 韓中관계 발전에 새로운 기틀을 마련하였다는 데에 異論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中國이 현재 최우선 국가목표인 경제발전에 있어서 한국의 도움을 필요로 하고 한국도 침체된 경제에 다시 활력을 되살리기 위해 중국과의 경제교류가 필요한 만큼,이번 訪中으로 양국간 경제관계의 발전을 위해 여러가지 조치와 합의를 한 것 은 성과중의하나다. 또한 이번 방문을 계기로 앞으로도 韓中 양국은 서로의이익이 부합하는 면에서 협력해나갈 것은 확실하다.
다만 이번 訪中 시기가 북한 핵문제가 약간 타결되어 가는 듯하다가 제대로 되지 않고 벽에 부닥치는 시점에서 이루어졌기 때문에 북한 핵에 대한 양국 정상간의 협의가 국민들간에 초미의 관심사가 되었고,실제로 북한문제가 장시간 논의된 것 같다.
그러나 과연 어떤 내용이 얼마만큼 심도있게 논의되었고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에 양국의 입장이 일치되고 다른지의 내용은 알려지지 않고 있다.다만 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IAEA)사찰에 제대로 협력하지 않아 북한에 대한 제재조치가 불가피 하다는 출국전의 강경입장에서 다시 대화쪽을 주장하는 중국의 입장을 수용함으로써 對北정책에 있어 정부의 잦은 태도변화가 金대통령의 訪中을 마친 시점에서 다시 논란거리가 될 것 같다.
심지어 중국측이 팀스피리트 훈련의 재개와 패트리어트 미사일의배치를 자제하기를 요구하였다는 국내언론 보도와 관련해서는 중국이 한국의 안보문제에까지 간여하는 오만한 내정간섭이 아니냐는 비판이 일었다.29일 기자회견에서 金대통령은 팀 스피리트 훈련재개와 패트리어트 배치문제는 논의된 바가 없었다고 밝힘으로써 이 문제는 일단 해명되었으나 앞으로 귀국후 취할 조치가 주목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엔의 제재결의보다는 북한핵의 재사찰을완곡히 권고하는 安保理의장의 성명을 내도록 하자는 중국측 안을정부가 수용한데 대해서 북한을 다루는데는 강경책이 효과적이라고주장하는 강경론자들의 불만이 적지 않다.따라서 이 문제와 관련,이 시점에서 우리가 정확히 판단해야 할 것은 중국이 대화를 강조하는 이유가 과연 무엇인가 하는 점이다.즉 중국은 북한이 우방이기 때문에 단순히 북한을 옹호할 목적에서 이와 같은 제의를 했는가,아니면 제재와 같은 강경 책을 쓸 경우 북한이 무력도발을 할 것이라는 판단 때문인가 하는 점이다.
만일에 후자라고 한다면,그리고 그같은 판단이 매우 개연성이 많을 것이라고 한다면 중국을 비난만 할 수는 없을 것이고 이를수용한 정부의 판단도 비난만 할 수는 없을 것이다.왜냐하면 국민의 안위를 책임져야 할 정책결정자들로서는 북한 이 핵을 개발하는 것도 막아야 하겠지만,핵을 막는 과정에서 야기될 수 있는남북상호간의 살생도 막아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아직도 중국이 북한에 대한 제재조치를 반대하는 이유가 단순히 후자의 이유만은 아니고 전자의 이유도 많다고 하는 한국국민들의 의구심이 해소되지 않는 한 앞으로 韓中관계는 그리 순탄치 만은 않을 것이다.
현재 안보리 상임이사국들간에 다소 논란은 있으나 북한에 대한제재조치가 안보리의장 성명으로 대체될 경우 중국은 發議者로서 북한이 IAEA 재사찰을 받아들이는 것은 물론이고 핵의 투명성을 증명하도록 북한을 설득하는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북한이 이를 거부할 경우 중국도 북한에 대한 지금까지의 태도를 바꾸어야 한다.만일에 그같은 상황에서도 태도를바꾸기가 어렵다면 북한이 국제적으로 고립된 상황에서 어려운 국내경제문제 때문에 불장난을 시도하는 것을 철저히 막아야 한다.
한편 이 시점에서 우리 정부도 면밀히 재검토해야 할 문제들이있다. 첫째는 우리정부를 위시해 주변 네나라들의 북한에 대한 공통된 인식을 이루고 있는 기본적 가설이 과연 타당한가다.즉 북한은 경제적으로 매우 어렵기 때문에 경제난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개혁.개방이 불가피하고 개혁.개방을 하기 위해서는 핵개발을포기하게 될 것이라는 가정의 타당성 여부다.이같은 가정은 서방적인 합리주의에 입각한 것인데 북한의 경우는 그렇지 않을 수도있다.북한은 개혁.개방을 통해 국제적 조류에 동참하기보다는 상당기간 고립되더라도 홀로 놔두기를 더 원할지도 모른다.
둘째,이른바 당근과 채찍에 관한 것인데 우리가 당근과 채찍이라고 믿는 것이 실제로 북한에는 당근도 채찍도 아니며 더군다나북한이 원하는 진짜 당근은 줄 수도 없고 채찍도 없다고 한다면어떻게 할 것인가의 문제다.특히 채찍은 채찍이 실행에 옮겨지지않는 한 사실로 믿지 않는 신빙성의 문제를 안고 있는 것이 최대 약점이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셋째,정부의 對北정책이 좀더 명확해졌으면 한다.대화로 남북간의 긴장을 해소하고 관계를 개선하려는 노력은 좋다.그러나 대화가 안될 때에는 대화를 중지할 줄도 알아야 한다.이제는 한국이약소국이 아니다.기본입장을 분명히 하고 의연할 필요가 있다.우리쪽이 사태발전에 一喜一悲하거나 미시적 접근으로 수시로 태도를바꾸면 북한도 상황을 잘못 파악할 수 있다.주변 국가들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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