쨍 하고 해 뜬 64학번 4인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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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학번 전성시대. '이명박 한나라당'의 주요 당직자 상당수가 64학번(1964년 대학 입학자)이라 나오는 얘기다.

64학번 4인방은 이재오.정형근 최고위원, 안상수 원내대표와 이방호 사무총장이다. 이들과 같은 45년생이지만 입학이 1년 늦은 이한구 정책위의장(65학번)까지 합쳐 "45년생들이 당을 장악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들은 대학 1학년이던 64년 한.일회담 반대 시위를 했다. 그해 6월 3일 박정희 전 대통령은 시위 진압을 위해 비상계엄령을 선포했다. 이 때문에 이들은 '6.3 세대'로 불린다.

대학 시절 운동권에 몸담았던 이들은 졸업 후 재야 투사로, 검사로, 수협 조합장으로 뿔뿔이 흩어졌다. 다른 길을 가다 국회에 진출했고, 한나라당의 핵심 요직에 함께 포진하게 된 것이다.

이 후보의 '오른팔'인 이 최고위원은 중앙대 경제학과 64학번이다. 1학년 때 시위를 주도하다 결국 제적당했다. 군 복무 시절 '파견 교사' 시험에 응시, 한때 교사 생활을 했고, 이후 재야투사로 다섯 차례 투옥됐다.

경선 때 이 후보 편에 섰던 정 최고위원과 최근 선출된 안상수 원내대표는 인연이 더 깊다. 서울대 법대 64학번 동기동창인 두 사람은 66년 법대 학생회장.부회장 선거에 러닝 메이트로 출마해 당선됐다.

'간첩 소탕 전문가' 이미지가 강한 정 최고위원이 학생회장을 한 데 대해 안 원내대표는 "당시엔 평균 학점이 B학점 이상 돼야 회장단 출마가 가능했다.그래서 별로 할 사람이 없었다"고 웃으며 말했다. 그는 "부회장이던 내가 학내에서 불법 토론회를 주도하다 1개월 정학을 받자, 회장인 정 최고위원이 구명운동에 나섰다가 무기정학을 받기도 했다"며 "한.일회담 반대 데모와 반독재 투쟁을 열심히 했다"고 말했다. 이후 두 사람은 사법고시를 거쳐 검사의 길을 걸었다.

연세대 법대 출신인 이 총장은 1학년 때 한.일회담 반대 첫 집회였던 연세대 시위를 주도했다. 졸업 후 "비서를 시켜 달라"고 찾아간 그에게 김영삼 전 대통령은 "정치를 하려면 고향에서 터를 닦으라"고 충고했다. 그 길로 고향(경남 삼천포)으로 내려가 35세의 젊은 나이에 '삼천포 수산업 협동조합장'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수협중앙회장을 거쳐 국회의원 배지를 단 케이스다.

이들은 친구처럼 스스럼없이 지낸다. 8월 21일 전당대회장에서 개표 초반 이 후보가 뒤지는 것으로 나타나자 사색이 된 정 최고위원이 "재오야! 우리 완전히 망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최고위원은 "범여권의 설익은 386 세대와 차별화되는 6.3 세대들이 한나라당을 이끌게 됐다"고 말했다.

서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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