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칼럼>통합유럽이 가야할 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테 오 좀 머 〈獨逸 디차이트紙 발행인〉 멀리서 보면 유럽은분명 유감스런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덴마크.프랑스는 유럽통합을규정한 마스트리히트조약에 못마땅해하는 기색이 역력하고,독일은 마르크貨의 운명을 걱정하고 있다.
스위스는 여전히 유럽경제지대(EEA)에 가입하기를 거부하고 있고,동유럽국가들은 서유럽국가들이 자신들에게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불평을 서슴지 않는다.
「발칸반도의 대학살에 팔짱만 끼고 수수방관하는 유럽」-.신문에 실리는 이런 헤드라인은 유럽의 꿈이 깨지고 있음을 이야기해주는 듯하다.
혹자는「거대한 유럽의 모험」이 벼랑으로 몰렸거나 상황이 악화되었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또는 유럽공동체(EC)는 분해되기 직전이라고도 말할 수 있을 것이다.그러나 이렇게 말하는 것은 모두 사실과 다르다.
2차세계대전이 끝난 직후부터 유럽은 낙관적인 행복감에 젖을 때도 있었고 절망에 사로잡힐 때도 있었다.성공과 실패는 거듭 번갈아 다가왔다.그러는 동안에도 유럽공동체는 성장해 왔으며 통합 과정은 꾸준히 진전되어 왔다.
어려움도 많았다.프랑스의 드골대통령은 지난 63년 영국의 EC 가입신청을 거부했고 프랑스는 65~66년 EC각료회의에 불참하기도 했다.70년대초 영국의 해럴드 윌슨총리의 재교섭노력으로 영국의 EC가입이 수락됐으나 80년대초에는 마 거릿 대처 총리가『영국이 EC에 들인 돈을 영국에 적절히 재투자하지 않을경우 EC분담금을 모두 반환받겠다』고 말할 정도로 사태는 악화일로를 치달았다.90년대초 마스트리히트조약을 둘러싸고 빚어졌던알력들도 마찬가지다.
꼭 기억해야 될 점은 유럽공동체가 완성된 작품이 아니라는 사실이다.오히려 유럽공동체는 하나의 과정이고,움직이는 목표물이며앞으로 실현할 약속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사실 유럽은 이미 마스트리히트조약 이후의 단계를 맞고 있다고나는 확신한다.
세계는 그것을 눈치채지 못하고 있는 것같다.93년1월1일 유럽의 단일시장이 형성됨으로써 무역과 교통.통신의 장애요인들이 모두 제거됐다.93년11월1일 마스트리히트조약이 발효됨으로써 EC는 EU(유럽연합)로 탈바꿈했다.회원국들은 대 내외 안전문제는 물론 대외정책에 있어서도 긴밀한 협력관계를 약속한 것이다. 올해 1월1일 마스트리히트조약에 따라 유럽중앙은행의 전신이될 유럽통화기구가 프랑크푸르트에 문을 열게 됨으로써 유럽단일통화를 위한 두번째 단계에 들어섰다.2월 솅겐조약이 발효됨으로써12개 회원국중 9개국간에 국경검문이 없어졌다.
또 폴란드와 헝가리가 EU에 가입함으로써 동서유럽간의 관계에새로운 이정표가 열렸다.공산권이었던 다른 나라와도 협상이 거의매듭단계에 도달해 있다.前공산권국가들과의 이같은 협력관계로 보아 곧 모든 동구권 국가들이 EU에 가입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낳게한다.
3월1일 EEA가 마침내 형성됨으로써 EU와 유럽자유무역연합(EFTA)의 3억7천만 인구를 하나로 엮는(스위스는 제외)세계최대의 자유무역지대가 형성된 것이다.
오스트리아.스웨덴.핀란드.노르웨이가 95년부터 EU 정회원 국가로 등록될 예정이다.이러한 과정을 지켜보면 옛날 갈릴레이가『그래도 지구는 돈다』고 했던 말은 유럽에 대해서도 할수 있을것이다.유럽 각국은 나라마다 다양한 속도와 긴밀 도,그리고 갖가지 모습과 참여도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유럽의 계획은 착착 나아가고 있다.
여기에는 여러가지 비유를 원용할 수 있을 것이다.복잡한 기하학이라고나 할까.아니면 직경이 다른 원이 그려진 五輪旗,많은 예배당과 첨탑이 있는 성당,그밖에 빠르고 느린 동심원들의 집합체,이런 것들이다.
그러나 이런 다양한 비유들은 모두 한가지로 융해될 수 있다.
바로 10년 또는 20년 후의 유럽은 다양성과 변화,그리고 차이점들을 포용할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의 유럽과 21세기에 더욱 확대된 유럽은 민족국가의 기초위에 형성될 것이다.그러나 거대한 지역적 결속(적대적 관계는 아니겠지만)이라는 세계적인 추세속에서 유럽도 단순한 민족국가의집합체 이상의 그 무엇이 되어야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유럽은 독자적인 힘으로 세계무대에서 주연배우로서 역할을 해야하고,日本.太平洋圈은 물론이고 美國圈과도 유대관계를 유지해야 한다.유럽은 이 두 그룹과 협력하는 실체가 되어야 하며 필요하다면 이들과의 경쟁에서 자기의 입장을 굴하지 않아 야 한다.유럽은 비록 국지적으로 생각하고 지역적으로 느낄지라도 행동은 세계적으로 할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다.
***行動은 세계적으로 나는 유럽이 결국 행동을 통일하게 될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30년전 유럽이 통합을 향한 험난한행보를 시작했을 때 유럽공동체를 기초한 장 모네는 유럽인들에게다음과 같이 경고했다.『우리가 목표에 한 걸음씩 다가갈 수록 장애물 은 더욱 많아질 것이다.』 그가 예상한 어려움은 있었지만 이것들이 실패로 이어지지는 않았다.그의 예상은 장기적 안목에서 나온 것이었다.그것은 유럽의 모험을 정당하게 평가해주는 유일한 視角이라고 할 수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