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성장 19년만에 최저/작년/GDP증가 0.1% 그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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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4분기엔 전년비 0.6% 내리막
【동경=이석구특파원】 지난해 일본의 실질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0.1%를 기록,74년 제1차 석유위기(마이너스 0.6%)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 됐다.
21일 일 경제기획청에 따르면 지난해 4·4분기 일본의 실질GDP는 엔고에 의한 수출감소와 설비투자 부진으로 전년동기에 비해 마이너스 0.6%를 기록했다. 분기별 실질GDP 성장률은 1·4분기가 0.9%,2·4분기가 마이너스 0.5%,3·4분기가 0.3%를 각각 기록했다.
물가상승을 고려하지 않은 93년도 명목 GDP는 전년도에 비해 1.1% 증가한 4백68조7천6백90엔으로 지난 56년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 됐다.
◎해설/계속된 엔고로 수출부진등 여파/소비는 늘었지만 설비투자 위축
지난해 4·4분기 일본경제성장률의 최대특징은 엔고에 의한 수출부진 등 외수요인이 그대로 반영됐다는 점이다.
이 기간중 재화와 서비스수출에서 수입을 뺀 외수는 경제성장률을 0.6%포인트 끌어내리는 역할을 했다. 반면 개인소비와 설비투자 등 내수는 경제성장률을 겨우 0.03%포인트 끌어올리는데 그쳐 거의 무시해도 좋을 정도였다.
일본의 무역수지가 지난해 1천4백억달러가 넘는 흑자를 기록했는데도 외수가 경제성장에 마이너스로 작용한 것은 무역수지흑자가 달러표시 흑자일 뿐 물량기준으로는 감소한 탓이다. 외수가 부진했던 것은 엔고 때문이다.
일 경제기획청은 『93년 2월이후 시작된 엔고로 인한 수출부진이 7∼9월부터 나타나기 시작해 10∼12월에 접어들면서 자동차와 철강을 중심으로 큰 영향을 끼친 결과 외수가 성장에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풀이했다.
그러나 수출도 지난해 연말부터 미국의 경기확대로 반도체 수출 등이 호조를 보여 밝은 징표가 나타나고 있다.
이에따라 올들어 1월중 수출은 물량기준으로 지난해 12월보다 3.0% 늘어났다. 또 지난해 4·4분기중 민간 소비지출도 전년동기보다 0.7% 늘어 3·4분기의 0.4% 증가에 이어 6개월 연속 증가로 나타나 경기회복에 밝은 전망을 던져 주었다.
이는 4·4분기 GDP를 0.4%포인트 끌어올리는 역할을 했다. 버블경제시 구입한 가전제품 등의 대체수요가 일어나기 시작한 때문이다.
민간 최종소비지출이 늘었는데도 GDP증가에 기여하지 못한 것은 민간 설비투자 부진이 가장 큰 이유다. 4·4분기중 설비투자는 전년동기보다 3.5%나 감소,GDP를 0.7%포인트 끌어내리는 역할을 했다. 설비투자 부진이 소비증가 등 성장에 플러스 역할을 한 다른 내수요인을 상쇄,내수의 대GDP 기여도를 0.03%포인트로 낮췄다.
한편 일본의 경우 불황탈출은 언제나 수출이 호황을 보이면서 경기회복의 기관차 노릇을 해왔으나 이번에는 그렇지 못하다는데 고민이 있다.
수출이 회복될만 하면 무역수지흑자 확대로 인한 국제압력으로 다시 엔고가 진행돼 기업수익이 악화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동경=이석구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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