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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사회면>독일실업자 600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7면

실업자 6백만명 시대를 맞고 있는 오늘의 독일(전체인구 8천만명)은 아돌프 히틀러가 대두하기 직전인 바이마르 공화국 말기와 비슷한 상황이다.
민족주의와 대량실업문제 해결을 내세운 히틀러는 실업자가 6백만명을 넘어서면서 일약 원내 제1당으로 급부상했으며 마침내 독일제국의 총리가 된 것이다.
실업문제가 심각해짐에 따라 지금까지 풍요롭고 안정된 생활을 누려온 서독사회의 저변에는 큰 동요가 일고 있다.
제조업부문은 유럽 최고의 인건비로 이미 경쟁력을 상실해가고 있고 막강한 노동조합은 고유의 업무랄 수 있는 「노동시간 단축,임금인상」요구를 슬그머니 감춘채 「일자리 확보」를 최우선과제로 삼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일자리가 없는 독일인은 그동안 주로 외국인 노동자들이 해온 저임금 노동도 마다않는 실정이다.
이와함께 극우 나치스의 망령이 되살아나 외국인에 대한 테러가자행되고 있다.독일은 올 가을의 연방의회 선거를 포함해 모두 19차례의 선거가 치러질 예정이다.
선거에서 유권자의 최대관심사는 뭐니뭐니 해도 고용의 창출에 쏠려있고 어느 당이 여기에 부합하는 정책을 제시하는가에 따라 각 정당의 승패가 갈라질 것은 명약관화한 사실이다.
헬무트 콜 총리가 이끄는 집권 기민당(CDU)은 지난달 23일부터 함부르크에서 열린 당대회에서 독일인의 자존심에 상처를 내는 선거강령을 채택하지 않으면 안되게 되었다.
기민당은 그동안 독일이 누려온 기술력 우위의 시대는 과거지사가 되어버렸고 지금은 다시 개척자 정신으로 재무장 해야될 필요가 있다는 인식을 하고 있는 것이다.
선거강령은 대량실업의 원인이 고임금과 노동관행의 경직성에 있다고 보고 富와 풍요를 누려온 국민들에게 발상의 전환과 내핍생활을 요구하고 있다.
독일의 순수 실업자는 올 1월말 戰後 최악인 4백3만명에 달하고 있는데 취업을 위해 재교육을 받고 있는 2백만명을 포함하면 실제 실업자는 6백만명(실업률 약 9%)이 넘는 셈이다.
연방정부가 90년 독일통일이후 3년가까이 舊동독지역의 부흥에예산을 계속 투입하고 있는 사이 부흥자금을 공급하는 舊서독경제,특히 제조업은 구조전환의 지체와 높은 인건비로 경쟁력을 서서히 잃었다.
각 기업은 인건비 삭감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어 노사관계도 큰전기를 맞고 있다.
독일의 대표적인 기업인 폴크스 바겐은 대량해고를 피하기 위해주4일 근무제를 도입,노동시간 20% 삭감과 임금 10% 인하를 실시하고 있다.
독일 최대 노조인 IG메탈의 사용주격인 전국금속산업연맹은 올초 노사협상에서 임금동결.휴가특별수당 폐지를 제안,6%의 임금인상을 요구했던 노조측을 당혹케 하기도 했다.금속산업 분쟁은 지난 5일 노사양측이 임금 2% 인상에 합의함으로 써 타결되었다. 〈韓敬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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