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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집단운동으로 活路모색-진보운동 방향찾기 韓日심포지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韓日 양국의 진보적 지식인들이 한자리에 모였다.지난19일 서울대 경영관 국제회의실에서「변화하는 세계속의 진보」란 주제로 하루종일 계속된 韓日민주연대 심포지엄.한국의 비판적 교수 모임인 민주화를 위한 전국 교수협의회(民敎協)와 학술 단체협의회(學團協) 주최로 열린 이 모임에는 60여명의 양국 지식인들이 참석,위기국면에 처한 진보운동의 방향과 과제를 둘러싸고 저녁늦게까지 열띤 토론을 벌였다.
과거 양국의 민주화를 위해 노력해온 이들은 진보적 지식인을 자처하는 그룹.군부정권 하에서 민족민주노선에 따른 비판적 시각때문에 고통을 겪은 이들도 있고,日本에서는 천왕제 반대투쟁.현장사회운동.환경운동 등으로 권력의 눈총을 받아온 비판적 학자들이다.옛날 같으면 입국자체가 불허됐을 이들 일본학자들이 서울에와 같은 시각을 가진 국내 학자들과 자리를 함께 했다는 것 자체가 변화한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바로 이러한 현실적 변화 때문에 진보운동은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는게 이날 참석자들의 공통된 현실인식이었다.사회주의체제의 붕괴.냉전구도 종식이라는 세계질서의 변화가 문민정부 출범(韓國),38년만의 정권교체(일본)라는 국내 정치적 변화와 맞물리면서 민족민주개혁세력이 국민대중으로부터 급속한 고립을 맞고 있으며,사회운동의 주도권이 시민민주적 부르좌개혁세력으로 넘어가체제화의 과정을 밟고 있다는 것이다(金世均서울대교수.후루하타 세쓰오[降旗節雄]帝京大교수).
그렇다고 진보세력의 설 땅이 없어진 것은 아니며 어느 측면에서는 더욱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 이들의 인식이다.그래서『뜨거운가슴을 가진 진보적 지식인의 존재의의와 역할은 그 어느 때보다도 크고 중요하다』(張任源 민교협공동대표)는 것 이다.
그렇다면 이들은 어디서 진보운동의 새로운 의미를 찾고 있는 것일까.국경이 사라지고 글로벌화하는 세계경제의 구조적 변화에 이들은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었다.
자본과 시장의 논리만이 강조되는 글로벌경제하에서 복지는 무시되고,노동자에 대한 작업강도는 실질적으로 증대되며,다국적 기업에 의한 세계경제지배가 더욱 강화됨으로써 자본주의의 근본 모순인 勞資문제나 南北문제는 철저히 외면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것이다(金大煥 인하대교수).
또 규모의 경제가 중시되던 포디즘체제가 생산의 유연성을 중시하는 포스트포디즘체제로 넘어가면서 정신적.육체적 스트레스 때문에 한해 1만명이 과로로 숨지는 일본의 문제는 글로벌 자본주의.카지노 자본주의의 심각한 문제점으로 진보적 지식 인들이 과학적 대안을 찾아야 할 문제라는 얘기다(가토 데쓰로[加藤哲郎]一橋大교수).
그러나 이제 더이상 체제변혁적 대안은 통할 수 없으며 구체적사안별로 현실성 있는 대안을 제시하는 소그룹운동을 조직해 나가는 것이 진보운동의 방향일 수밖에 없다는데 이들은 의견의 일치를 보였다.
대학생 운동이 완전히 사라지고 노조운동이 힘을 잃은 일본에서소비자나 지역주민 단위의 유연하고도 기동성 있는 각종 소집단운동이 활발히 전개되고 있는 점은 앞으로 우리나라 진보운동이 他山之石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는 것이었다.
〈裵明福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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