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먹으나 마나… 가짜녹용 범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알래스카 순록뿔을 중국산으로 속여팔아/전세계 거래녹용의 80% 한국인이 소비설
우리나라 사람들이 세계 녹용의 80% 정도를 소비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나 그중 상당수가 가짜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서울지검 형사4부 박태석검사는 22일 알래스카 순록뿔을 중국산 녹용으로 속여 5억여원어치를 판매해온 신림약업사 영업부장 박기열씨(34) 등 한약재 판매업자 4명을 약사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했다.
이들은 약효가 없는 순록뿔을 녹용으로 속이거나 한냥(7백50g)에 3만원쯤인 뉴질랜드산 녹용을 값비싼 소련산(한냥당 10만원)으로 원산지를 바꾸어 판 혐의다.
순록은 수컷 뿐 아니라 암컷에도 뿔이 나기 때문에 한의학에서 중시하는 수컷의 정기가 뿔에 모여있다고 여기지 않는게 보통이며 순록뿔과 녹용은 「돼지쓸개」와 「웅담」의 차이로 비유할 정도다.
게다가 녹용의 약효성분으로 알려진 강글리오 사이드라는 아미노산이 순록뿔엔 전혀 들어있지 않아 보사부 중앙약사심의위원회는 92년 12월 순록뿔에 녹용이란 명칭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한편 수입을 금지했다.
그러나 외국에서 버려지는 순록뿔은 운송비밖에 들지 않기 때문에 일부 업자들이 수입금지 전에 들여온 순록뿔 재고를 육안으로 구별하기 힘든 중국산 매화록으로 팔아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게 검찰의 분석이다.
또 경동시장 등 한약 도매상가에선 거의 대부분 약효가 떨어지는 뉴질랜드산 녹용을 고급품인 소련산 혹은 중국산으로 속여 팔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전체 녹용 수입량중 뉴질랜드산이 65% 정도를 차지하고 있지만 원산지를 뉴질랜드로 표시하고 판매하는 한약업자들은 한군데도 없다.
뉴질랜드산은 모두 더운 지방에서 사육된 것으로 다양한 먹이를 먹는 야생 소련산에 비해 약효가 훨씬 떨어지기 때문이다.
검찰은 이번에 압수수색한 여덟군데의 한약도매상중 네군데에서 순록뿔 판매나 원산지 허위기재 행위를 적발한 점에 비추어 가짜 녹용이 한약재시장 전체에 퍼져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박 검사는 『업자들은 「값을 깎으면 약효가 떨어진다」는 속설을 인용,가짜를 팔면서도 값은 비싸게 받고 있다』고 말했다.<정철근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