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8월 31일 밤 다이애나는 남자 친구인 도디 알 파예드와 함께 승용차를 탄 채 파파라치를 피해 달리고 있었다. 시속 100㎞가 넘는 속도로 터널에 들어선 벤츠 승용차는 2차로를 달리던 소형 승용차의 왼쪽 모서리를 들이받았다. 그 충격으로 흔들거리던 벤츠 승용차는 중앙 분리 기둥에 부딪친 뒤 전복했다.
사고 현장에 떨어진 소형 승용차의 플라스틱 조각 등으로 미뤄 차량 전문가들은 문제의 승용차가 83~89년에 제작된 뒤 프랑스에 수출된 이탈리아 피아트사의 흰색 우노 승용차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프랑스와 영국의 수사 당국은 벤츠 차량에 묻은 흰색 페인트 등의 단서를 가지고 뒤져봤지만 문제의 우노 승용차를 찾아내지 못했다.
이 사건은 운전기사의 음주 및 약물 복용에 따른 단순 교통사고로 일단락됐다. 하지만 사고 원인을 제공했던 이 우노 승용차를 발견하지 못한 채 내려진 결론이어서 의혹이 잇따랐다.
다이애나가 숨진 프랑스 파리 알마 터널 위쪽 공터에 설치된 '자유의 횃불'상 앞에 고인의 사진과 꽃이 놓여 있다.
다이애나는 떠나고 없지만 그를 기리는 추모 열기는 아직도 뜨겁다. 그가 교통사고로 숨졌던 알마 터널 주변에는 요즘 추모객이 하루에 수백 명씩 몰리고 있다. 영국 등 유럽 각국에서 온 이들은 센 강변 알마교 옆 터널 위쪽 도로에서 기념 촬영을 하거나 꽃을 올려 놓으며 다이애나를 추모한다.
그러나 이곳에 있는 횃불 탑은 다이애나와는 무관하다고 최근 현지 언론이 전했다. 대부분의 추모객이 다이애나 추모비인 줄 알고 헌화하는 이 조형물은 미국과 프랑스의 우의를 상징하는 것으로 87년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 창간 100주년을 맞아 세워진 '자유의 횃불'이다. 한국의 일부 여행 안내책자에도 자유의 횃불이 다이애나 추모비로 잘못 소개돼 있다.
파리=전진배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