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산불 확산 … 사망자 60명 넘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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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악이라는 그리스 산불이 26일 고대 올림픽 발상지인 올림피아에 있는 '승리의 여신 니케 조각상' 부근을 위협하고 있다. 니케조각상을 비롯한 올림픽 유적과 부속 박물관은 대규모 긴급 진화작업으로 소실 위기를 가까스로 면했다. [올림피아 AP=연합뉴스]

고대 올림픽 발상지인 그리스 올림피아의 유적지가 가까스로 화재를 모면한 가운데 사상 최악의 그리스 산불이 계속 번지고 있다. 24일 시작된 산불로 27일 현재 확인된 사망자 수만 60명을 넘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28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올림피아의 유적지와 부속 박물관은 아슬아슬하게 화마를 피했다. 공중으로 100m까지 치솟기도 한 불길은 고대 올림픽 경기장 부근을 태우고 박물관에서 불과 수m밖에 떨어지지 않은 담장까지 다가왔다. 그러나 소방용 항공기 6대와 헬리콥터 2대, 소방차 15대 등을 긴급 투입한 대규모 진화작업으로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유적지와 유물들은 다행히 피해를 면할 수 있었다.

박물관 내 유물들은 최악의 사태에 대비해 안전한 곳으로 미리 대피시켜 놓았다. 그러나 근대 올림픽의 창시자인 피에르 드 쿠베르탱의 심장이 묻혀 있는 인근 정원의 나무 일부는 불에 탔다.

펠로폰네소스 반도 서부에 위치한 올림피아는 기원전 776년 시작된 고대 올림픽을 서기 394년까지 1000년 이상 유치한 유서 깊은 도시로 그리스 최고의 관광지로 손꼽힌다. 박물관 주변에는 제우스 신전 터와 실내체육관, 레슬링경기장, 대형 목욕장, 승려 숙소 등의 유적이 있다. 올림피아 인근 바사에에 있는 아폴로 신전도 산불의 위협을 받고 있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그리스 당국은 이번 재난이 대부분 방화로 인한 것으로 보고 있으며, 방화범 체포에 결정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사람에게는 최고 100만 유로(약 13억원)의 보상금을 주기로 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그리스 언론들은 개발이 엄격히 제한된 삼림을 소유한 사람들이 정부의 정책에 항의하기 위해 고의로 방화했을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니코스 디아만디스 보건부 대변인은 "산불이 국토의 절반 이상을 태우고 있다"며 "전례 없는 대재앙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산불은 동북부의 에브로스에서부터 서부 이오니아해의 케팔로니아섬과 코르푸섬을 거쳐 남부 펠로폰네소스 반도에 이르기까지 그리스 전역으로 확산하고 있다.

한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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