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아가씨와건달들"이어 올 20여편 공연예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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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연극계에 대형 뮤지컬 공연이 러시를 이루고 있다.그러나 제대로 된 뮤지컬은 찾아 보기 힘들다.완성도가 따라주지 못하는 졸속 뮤지컬의 범람은 결국 관객들의 외면을 초래,연극계 전체에 아픈 화살로 되돌아올 가능성도 없지 않다.
지난 1월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무대에 오른 『아가씨와 건달들』로 불붙기 시작한 대형뮤지컬 붐은『동숭동 연가』『캣츠』『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유논과 아보스』로 이어지면서 올 연극계의 새로운 경향으로 자리잡고 있다.
동학 1백주년을 기념하는 뮤지컬『들풀』과『징게 맹개 너른 들』이 이달말과 5월중 연강홀 대극장과 오페라극장 무대에 오를 예정이고,극단현대의『요셉,그리고 어메이징 드림코트』와 극단 자유의『바람타오르는 불길』,4.19 기념뮤지컬『4월 하늘 어디에』가 내달중 대극장 무대에 오르게된다.공연이 예정돼 있거나 준비중인 작품들도 줄을 서 있어 올 한햇동안 공연되는 대형 뮤지컬만 20여편에 달할 전망이다.10~15편이 공연되던 예년에 비해 크게 늘어난 숫자다.
특히 공연 규모의 대형화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막대한 제작비는 뮤지컬의 대형화추세를 단적으로 말해준다.『아가씨와 건달들』의 경우 7억원이 제작비로 투입됐고,직수입 형태로 국내에 들어온 최초의 오리지널 뮤지컬『캣츠』공연에는 12억원 이라는 거액이 들어갔다.창작뮤지컬『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에도 2억원이 들었고,韓-러 합작뮤지컬『유논과 아보스』공연에도 4억원이 들었다. 영화 한편 제작비와 맞먹는 수억원씩을 제작비로 쓰다보니 관객들의 입장료 부담이 크게 높아지고 있다.S석 기준으로 많게는 8만원에서 적어도 2만~3만원씩 받고 있다.보통 1만원인 소극장 입장료도 덩달아 오르는 경향을 보여 뮤지컬이 연극계 입장료인상을 주도하는 인상마저 풍기고 있다.
비싼 입장료에 비해 국내 뮤지컬의 공연수준은 아직 초보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가창력과 무용.연기등 3박자를 고루 갖춘 뮤지컬배우가 없다는게 가장 큰 문제지만 작곡.음악.
안무.연출.의상.조명.무대장치등 제작.기술분야에서 도 제대로 훈련받은 전문인력이 절대부족한 실정이다.특히 조악한 음향기술은관객들의 대사나 가사청취력을 떨어뜨려 극의 재미를 반감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뮤지컬극단은 흥행을 위해 스타동원.과다노출.과대광고 따위의 편법에 의존하고 있다.그러나 이런 방법으로 한두번은 흥행에 성공할지 몰라도 극적 완성도가 향상되지 않는한 결코 오래 갈 수없다는게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대중들의 볼 거리에 대한 욕구가 높아진만큼 입맛 또한 까다로워졌기 때문이다.
최근의 뮤지컬 붐은 잠재적 연극관객층을 개발한다는 측면에서 연극계 전체에 미치는 긍정적 효과를 부인키 어렵다.
그러나 누구라도 한두달 춤.노래연습만 시키면 무대에 세울 수있다는 안이한 발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 최근의 뮤지컬 홍수는 결국 관객들의 외면을 자초함으로써 오히려 연극계 전체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그 틈을 비집고 외국뮤지컬의 直配체제가 정착할 가능성은 이미『캣츠』의 경우에서 발견되고 있다.체계적인 뮤지컬 전문배우와 뮤지컬 전문인력의 양성이 그 어느 때보다 시급한 때다.
〈裵明福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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