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한숨 소리 터져나온 손학규의 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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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정치에도 왕따가 있다. 그래서 서운하기도 했다. 호소할 데가 없어 호소드리고 싶은 심정이다. 정동영 후보께서 내가 이명박 후보보다 나은 경쟁력, 강점을 좀 얘기해달라”

27일 서울 백범기념관에서 열린 ‘대통합민주신당 대통령후보자 정책토론회’에서 김두관 후보의 톡톡 튀는 발언이었다.

한나라당 후보들이 주연급인 데 비해 조연급이라 할 수 있는 민주신당 후보들, 그리고 그 중에서도 약진 후보 중 하나인 김 전 장관의 솔직한 고백이었다. 하지만 이날 토론회에서 진정한 ‘왕따’는 따로 있었다.

한나라당 탈당 이후 정체성 논란으로 같은 당 후보로부터도 뭇매를 맞아왔던 손학규 후보는 이날 토론회를 통해 혹독한 신고식을 치러야 했다.

천정배 “함께 토론하는 자체에 자괴감 느낀다”

그동안 손학규 필패론을 매섭게 지적해왔던 천정배 후보는 이 자리에서 기다렸다는 듯 맹공을 퍼부었다.

천 후보는 올해 초까지 한나라당의 기둥, 한나라당 자체임을 자임해왔던 손 후보의 발언들을 줄줄이 나열하며 "국민들은 왜 이 자리에 있는지 궁금해 한다"고 쏘아붙였다.

뿐만 아니라 천 후보는 손 후보가 작년 10월 노무현 대통령의 대북지원에 대해 남남갈등 부추기는 일이라고 비난했던 것을 언급하면서 "뭐가 진실이야. 내 귀가 의심스럽다"고 격한 어조로 몰아붙인 뒤 "이런 손 후보와 함께 토론하는 자체에 매우 자괴감을 느낀다. 민주평화개력세력이 얼마나 무엇을 잘못했기에 한나라당 3등 후보를 꾸어다 대선을 하느냐. 진짜 목적이 무엇이냐"고 추궁했다.

이러한 천 후보의 날선 공격이 이어지는 동안 손 후보는 내내 차분하게 원고를 보는 모습을 보였지만 얼굴에서 웃음은 떠난 지 오래였다.

손 후보는 "천 후보께서 참으로 답답해하시는 모습 충분히 이해한다"는 말로 힘겹게 입을 뗐다.

그는 "우리가 지금 해야 할 것은 국민에게 경제 걱정을 안 하게 하고 청년에게 일자리 걱정을 덜어주고 국민에게 희망을 주느냐는 것"이라고 말해 초점을 살짝 비껴간 뒤 "우리가 해야 할 것은 변화이고 새롭게 변화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말로 답변을 대신했다.

하지만 이에 그치지 않고 정동영 후보 역시 대북지원 중단을 요구했던 손 후보의 발언을 지적하고 나섰다.

손 후보는 역시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어가면서도 이전보다 강력하게 자신의 입장을 피력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손 후보는 “제가 김대중 대통령 정부 당시 야당위치에 있으면서도 햇볕정책을 지지한 것은 세상이 다 안다.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단언하면서 “북핵실험시 이에 대해서는 분명 반대하고 매를 드는 시늉이라도 해야 한다고 했고 북핵은 폐기돼야 한다는 데 대한 강력한 의지를 표현하는 것이었다”고 강조했다.

반면 손 후보는 토론 주도권을 쥔 내내 열린우리당과 참여정부의 실패에 대해 추궁하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그는 이해찬 후보, 추미애 후보, 한명숙 후보에게 모두 같은 뉘앙스로 “참여정부와 열린우리당으로부터 민심은 이동했고 각종 선거에서 전패했으면 결국 문을 닫았다”는 점을 부각시킴으로써 모두 정치적 과(過)에서 자유로울 수 없음을 지적했다.

아울러 그는 모두 발언과 마무리 발언을 통해 이명박 후보와의 경쟁력을 전면에 부각시킴으로써 “이 후보가 경제대통령이 되겠느냐, 손학규가 진짜 대통령감이겠느냐”고 반문해 정체성 논란에서 벗어나려는 모습을 보였다.

한편 차기 정부에서 대통령선거와 국회의원 선거의 임기 일치를 위해 당선시 임기를 단축할 의사가 있느냐는 한명숙 후보의 질문에 대해서도 손학규 후보는 “대선과 국회의원 선거가 꼭 일치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해 반대 입장을 보인 반면 다른 8명의 후보는 모두 찬성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사진=27일 서울 백범기념관에서 열린 대통합민주신당의 정책토론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는 손학규 후보(위), 토론회에 앞서 민주신당의 9명 후보가 나란히 손을 잡고 선 채 포즈를 취하고 있다]

<고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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