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람석>연극 "구멍의 둘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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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新村 산울림소극장에서 공연되고 있는 창작극 『구멍의 둘레』는가벼움의 美學이 일상화된 요즘의 연극동네 풍토에 정면으로 맞서는 진지함과 무게를 추구한 연극이다.
금년도 三星문예상 희곡부문 수상작이기도 한 이 작품은 헌신과순종의 미덕 속에 감추어진 30대 주부의 내면적 상처를 그리고있다. 병든 시부모와 무기력한 남편으로 대변되는 일상성과 앞 못보는 젊은 남자에게 책을 읽어주는 아르바이트생활이라는 비일상성이 대비되면서 어느 쪽에서도 치유받지 못하는 주인공 명인의 상처가 아픔으로 와닿는다.
구원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구멍」속으로 끝내 뛰어들지 못하고 그 둘레만 맴돌다마는 인간존재의 한계같은 것을 느낄 수있다. 명인의 집과 맹인 현수의 방이 반복.대비되며 특별한 스토리 없이 진행되지만 명인役의 정지숙과 현수役을 맡은 이충원의충실한 연기가 극 전체를 받쳐준다.
대중성을 의식하지 않은 점이 흠이라면 흠.정우숙 작.채승훈 연출.4월10일까지 오후4시,7시30분(월요일 휴관).(334)5915,5925.
〈裵明福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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