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성,육상교통고집 비행기 공포증說-해외방문 스타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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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中國의 江澤民 국가주석겸 당총서기가 지난달 24일 북한을 방문한 李淑錚 黨대외연락부장을 통해 金日成주석에게 중국을 방문하도록 초청한 사실이 중국관영 新華통신 보도로 확인돼 金日成이 빠르면 5월께 중국을 방문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
홍콩의 英字紙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는『中國이 동아시아에서 정치적 중재자로 막강한 영향력을 과시하기 위해 韓國.日本.北韓지도자들을 모두 초청했다』며『金正日도 여름전에 訪中할 것』이라는 소식을 덧붙였다.
金日成은 訪中기간에 경제원조.협력및 金正日에 대한 지지를 중국측에 요청할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金日成의 중국 방문은 공표된 것만 10회로 확인되고 있으나 新華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가장 최근인 91년 10월(4~13일)이「39번째 訪中」이어서 그동안 비밀방문이 잦았음을 보여주고 있다.
과거 거의 매년 외국을 방문했던 金日成이 최근 2년 넘게 쉬었던 외국 나들이에 나서는 점으로 미뤄 이번 중국 방문에 상당한 의미를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그가 82세 고령임을 감안할때 마지막 해외여행이 될지도 모른다는 관측도 나 오고 있다.
金日成의 해외 방문외교 스타일엔 몇가지 특징이 있다.
우선 실무적 성격보다 우호관계를 과시하는「친선방문」모양을 갖추며,따라서 당면현안을 두루뭉수리하게 표현해왔다는 점이다.
北韓은 가급적 회담내용을 구체적으로 발표하지 않고「견해의 완전한 일치」만 강조하는 경향을 보여왔다.
따라서 방문국의 보도를 면밀히 살펴보아야 현안들을 확인할 수있다.남북한 유엔 동시가입 직후인 91년 10월 중국방문때 평양방송은「견해의 완전한 일치」를 강조했으나 중국측 발표는 사뭇달랐다. 江총서기는 양국간의 친밀감을 나타내는 상투어「피로 맺은 친선」「脣齒관계」라는 표현을 쓰지 않았고,北韓의 연방제통일안을 지지하면서도『통일문제는 南北韓의 대화에 의해 해결돼야 한다』고 언급하는등 객관적 입장을 보였다.
다음으로 金日成은 방문외교에 나설때 반드시 육상교통을 이용해온 점에서 다른 나라 지도자들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왔다.
중국 방문때는 특별열차가 평양역을 출발해 북경으로 가거나 승용차로 新義州까지 가 특별열차를 이용,북경으로 간다.
84년 5~6월의 舊소련.동유럽 순방때나 마지막으로 舊소련을방문한 86년 10월(22~26일)에도 예외가 아니었다.
이때는 청진역에서 특별열차를 타고 시베리아를 횡단하며 모스크바에 도착하기까지 舊소련의 지방간부들로부터 영접을 받는등 기나긴 철도여행을 했다.
해외 방문외교때 비행기를 이용하지 않는 것을 두고 빨치산시절이나 한국전쟁때 비행기 공포증이 생겼다는 설이 있다.
北韓.쿠바의 친선관계로 보면 한차례라도 쿠바를 친선방문할 듯하지만 언제나 카스트로가 평양을 방문해 이를 설득력있게 뒷받침해왔다. 아프리카국가들과 접촉이 빈번할때도 늘 그쪽에서 평양을방문하는게 관례였다.
金日成이 해외 방문에 나설땐 늘 金正日이 출발역에 고위인사들을 이끌고 나와 전송한다.마치「金正日이 뒷일을 맡고 있으니 안심하고 방문외교에 나선다」는 인상을 심어주려는 듯하다.
방문국 역시 최고위 지도자가 마중나와 극진히 대접하는게 관례다. 91년 訪中때 北京역에는 江澤民총서기.楊尙昆국가주석.李鵬총리등 최고위급 인사들이 마중나와 역구내에서 환영식을 가졌다.
북한은 사진촬영때 金日成의 혹이 덜 나오게 하도록 특별주문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공개사진의 경우 혹이 드러나지 않거나 작게 보이는 방향에서 찍은게 대부분이다.
북한은 방향이 잘못잡힌 사진은 혹이 적게 보이도록 약간 변조하기도 한다.
이밖에도 가장 최근의 해외 방문인 91년 訪中 때는 지방을 돌아보면서 기업.공장들뿐 아니라▲山東省 泰安市의 岱廟.泰山▲孔子의 고향 山東省 曲阜의 孔廟.孔林▲江蘇省 揚州市의 瘦西湖.大明寺.史公祠등 문화유적지에 발길을 많이 돌려 인생 황혼기에 접어든 모습을 보여줘 관심을 끌기도 했다.
〈兪英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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