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날 더 이상 사랑하지 않을까 봐, 나를 떠날까 봐 늘 두려웠어요.” 그는 어린 시절 부모의 이혼으로 어머니와 헤어져 살았다. 아내가 어린 시절의 어머니처럼 떠나버릴까 봐 섹스로 묶어두려 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런 행동은 오히려 아내로 하여금 그를 거부하게 만들 뿐이었다. 아내의 컨디션은 고려하지 않고 거칠게 몰아친 탓에 C씨는 심한 성교통까지 겪고 있었다. 섹스 중독증은 지나치게 섹스에 집착해 일상생활에 문제를 일으킬 정도로 병적인 상태를 말한다. 알코올 중독이나 도박 중독의 심리상태와 유사성이 있다. 강박증, 조울증·우울증, 불안증에서도 섹스중독이 나타날 수 있다. 노년의 경우 치매 초기단계에서 섹스 충동을 조절하지 못할 때도 있다. 흔하진 않지만 남성호르몬이 과도하거나 뇌에 이상이 있어도 섹스 중독증이 나타난다. C씨의 남편처럼 아내를 대상으로 섹스 중독 현상을 보이는 경우도 있지만, 우리 주위엔 외도나 성매매 등 배우자 이외의 성행위에 몰두하는 사람이 더 많다. 게다가 죄책감도 전혀 느끼지 않는다. 배우자의 기분이나 상태에 아랑곳없이 자신만의 만족을 위해 일방적인 섹스를 하는 사람들도 문제다. 배우자가 거부하는데도 자신의 욕심만 채우려는 섹스는 엄밀히 말해 성폭력이다. 정서적으로 메마른 기계적인 섹스도 문제다. 물론 섹스를 할 때마다 항상 상대를 지고지순하게 사랑하는 상태가 되기는 힘들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상대에게 자신의 메마른 감정을 드러내는 것은 문제다. 상대의 몸과 마음을 배려하지 않고 자신의 욕심만 채우려 하는 것을 어찌 건강하다고 할 수 있겠는가. 강동우 ·백혜경 성의학 전문의 중앙SUNDAY 구독신청
[부부의사가 쓰는 性칼럼] 남편이 두려운 아내
중앙선데이
입력
업데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