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 소르망 칼럼에 대해 …] 서구의 잣대로 자른 중국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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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호 26면

지난주 프랑스의 문명비평가 기 소르망은 중국의 경제적 성과에는 진보성이 없으며, 서구는 중국에 민주주의가 있게 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또 중국에 2억 명의 중산층이 있으나 10억 명이 가난에 시달린다고 했다. 중국의 소득분배가 악화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중국 중간층의 소득 비중은 45%에 달하고, 절대빈곤이 축소됐다. 민주주의의 인도는 빈곤층 인구가 1978년 50%에서 2002년의 25%로 줄어든 데 비해, 중국의 빈곤층 인구는 81년 60%에서 2001년에는 10%로 줄었다. 중국의 빈곤 인구가 인도의 두 배였지만, 이제는 인도의 빈곤 인구가 중국의 두 배에 이른다.

기 소르망은 중국 공산당은 국민 전체를 대표하지 않아 당원 대부분은 고학력 남성이고, 노동자와 농민 당원은 사실상 없다고 했다. 그러나 당원 중 노동자와 농민의 비율은 최근 30%를 유지하고 있고, 대신 각종 관리자급 비중이 23%, 청년 학생이 30%로 대폭 늘어 오히려 대표성이 강화되었다.

중국의 발전 모델은 권위주의, 사적재산권 제한, 통제금융의 부실 면에서 볼 때 보편성의 대표인 워싱턴 컨센서스 모델은 아니지만, 성과가 입증된 동아시아 모델의 일종이다. 소르망은 자유를 제한하는 권위주의로는 혁신성 면에서 한계가 있기 때문에 하루빨리 민주주의가 와야 하고 서구는 이를 지원해야 한다고 한다. 그러나 현재의 중국을 포함해 동아시아는 특허 등 면에서 가장 혁신적인 국가들이다. 또한 한국· 대만 등의 경로는 민주주의가 있어야 경제성장도 가능하다는 명제에 대한 반례이며, 오히려 부자가 돼야 민주주의로의 이행도 가능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빵 살 돈이 없는 상황에서 자유의 의미는 무엇인가.

그렇게 아름다워 보이는 서구의 정당 민주주의는 자국의 농업 보호를 위한 보조금 지급으로 인해 아프리카 국가들의 농산품 수출을 통한 경제성장의 길을 막고 있다. 누구를 위한 민주주의인가. 서구는 중국에 민주주의를 강요할 권위는 없다. 소르망이 말한 자유무역은 현재의 선진국의 부(富)를 온존시킬지는 모르지만, 후진국의 성장을 보장하는 자동 메커니즘은 아니다.

진정한 자유무역은 선진국의 노동시장과 이민을 후진국에 개방하는 것까지 포함해야 한다. 서구가 중국과 같은 후진국에 주어야 하는 것은 허울 좋은 민주주의가 아니라 노동시장을 포함한 선진국 시장에 대한 공정한 접근이다. 그러면 세계는 훨씬 더 평등해질 것이다. 이미 중국의 도약으로 인해 지구의 불평등도는 엄청 감소했다.

※ 이근 서울대 교수가 기 소르망 칼럼을 보고 자신의 견해를 밝히는 글을 보내와 벶게재합니다. 김지영의 영어산책은 한 주 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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