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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母女가 꿈꾸는 로망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24호 15면

2000년 하이틴 혹은 패밀리 드라마의 강자 워너브러더스 채널에서 처음 방영된 ‘길모어 걸스’는 미국에서 단풍이 가장 예쁜 곳이라는 코네티컷주의 조그만 도시 스타스 할로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스타스 할로는 가상의 마을이고, 이곳에서 벌어지는 유쾌한 이야기 또한 다분히 드라마틱한 설정이다. 그럼에도 이웃 동네 사람들과 일상의 소소한 행복을 함께 엮어나가는 삶의 재미는 누구든지 한번은 꿈꿔봤을 법한 판타지임을 부정할 수는 없으리라.

문은실의 미드열전 <4> 길모어 걸스

상상하자면 예컨대 이런 것. 마을의 최고령 강아지가 죽으면 마을 사람들이 다 같이 까만 정장 차림으로 조문을 온다. 결혼식이 있으면 마을 광장에서 밤새 맥주 파티가 벌어진다. ‘엑스 파일’ 같은 인기 드라마가 종영이라도 하게 되면 온 마을 사람들이 외계인 코스프레에 도넛 파티라도 열어야 직성이 풀리는 그런 곳 말이다.

따지려 들면 끔찍한 사건·사고라고는 찾아볼 수 없기에 ‘미드’ 상에서는 도리어 비현실적인 그런 공간에 열여섯의 고등학생이 임신하여 낳은 딸이 열여섯이 되던 해에 드라마가 시작된다. 어린 나이에 사고 치고 집을 뛰쳐나왔지만 딸 하나는 기막히게 잘 키웠다고 자부해도 좋을 로렐라이 길모어는 부모님 보란 듯 자수성가를 꿈꾸고 있다. 딸 로리 길모어도 그런 엄마를 누구보다도 잘 이해하는, 말 그대로 베스트 걸프렌즈 관계 이상의 모녀지간이다.

너무도 이상적인 환상 속의 마을에서 친구보다 더 가까운 사이의 모녀지간, 그리고 주변부의 별의별 사람들이 7년 동안이나 갖은 연애와 일상의 시행착오를 일으키며 꿈을 가꿔나가는 따뜻하고 정감 어린 이야기가 바로 ‘길모어 걸스’다. 참고로 ‘길모어 걸스’는 보통 드라마의 서너 배가량의 대사를 웃고 찧으며 끊임없이 속사포로 쏟아내는 데다 미국 대중문화의 거의 모든 아이콘을 두 모녀의 대화 속에 녹여내고 있어 최고의 영어공부 교재가 되기에도 손색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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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모어 걸스=워너브러더스와 UPN의 통합 채널인 CW 채널의 효녀 프로그램으로 7년 동안 장수를 누리다가 2007년 5월 두 주연 여배우의 계약이 연장 체결되지 않으면서 시리즈를 끝마치게 되었다. 국내에서는 현재 케이블 채널 온스타일에서 마지막 시즌 7이 방영되고 있다. 시즌 5까지 DVD가 출시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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