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케이블 화재사고 한국통신 발뺌 급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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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지하통신케이블 화재로 사상최악의 통신마비사태가 벌어졌으나 이를 관장하는 한국통신이 수습대책 마련보다는 사고책임전가.사고원인번복.피해축소등 사건축소와 발뺌에만 급급해 비난을 사고있다.
한국통신은 또 화재발생뒤 상당시간이 지나서야 현장에 출동하는등 사후수습에도 늑장을 부려 피해를 최소화하지못했다는 지적이다. 불이 나자 소방차 55대가 즉시 출동,화재진압에 나섰으나 한국통신 관계자들은 화재발생 1시간30여분만인 5시20분쯤 현장에 나타나는 바람에 복잡한 지하통신구 구조를 알지못하는 소방관들이 진화에 애를 먹었다.
한국통신측이 현장에 도착한 시간에는 이미 지하철 배기구에까지유독가스가 가득차 접근이 어려워 발화지점을 찾는데 2시간 이상이 걸리는 요인이 됐다는 지적이다.
사고지점 부근 통신구 대기소에서 근무하는 한국통신의 한 직원은『오후3시10분쯤 케이블.배수펌프등의 상태를 알려주는 계기판을 점검하던중 배수펌프의 작동상태를 알리는 램프에 이상이 있음을 발견,전화를 해보니 불통이었다』고 말해 화재발 생 시각보다30~40분 전쯤 이미 이상을 발견했음을 시인했다.
한국통신측은 또 사고원인도 처음에는 지하통신구에 인접한 지하상가의 화재탓이라고 발표했다가 사고현장을 지나는 한전 전력선의유도전압,배수펌프의 과열로 인한 자연발화등으로 여러 차례 수정발표,사태수습보다는 면피에만 급급했다는 지적이다 .
그러나 경찰조사결과 지하상가 화재는 케이블이 타면서 발생한 연기가 스며든 것으로 밝혀졌으며 유도전압 부분도 사고지점 부근에는 전선이 매설돼 있지않은 것으로 한전측이 밝혀 한국통신측의원인발표가 잘못임이 입증됐다.
또 이번 화재로 인한 피해 전화회선수도 화재직후에는 9만회선으로 축소발표했다가 11일 오전에는 34만여회선으로 수정 발표했다.11일 현재 불통되고 있는 전화회선수 역시 이날 오전 8시30분까지 7천여회선으로 발표했다가 30분이 지난 오전 9시에는 2만6천6백여회선으로 정정했으며,불에 탄 케이블 길이도 이날 오전까지 2백m라고 발표했으나 소방본부측이 추정한 총 피해 케이블 길이는 5백여m에 이르고 있다.
이때문에 피해내용을 자세히 모르는 이용객들이 별도의 대책을 세우지 못해 업무에 차질을 빚게 하는등 소동을 확산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李勳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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