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통신 수십만 회선 통과/통신구란 무엇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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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지하 5m 깊이에 설치한 콘크리트 박스/정보처리량 엄청나지만 열에 약한게 흠
통신구는 일반전화·무선전화·무선호출기는 물론 전화국간의 중계회선,TV·라디오 송출선 등 각종 통신케이블이 지나가는 곳으로 지하 5m 가량의 깊이에 위치한 가로 3.5m,세로 2.2m 규모의 콘크리트 박스.
통신구는 양쪽 벽면에 철제 선반인 케이블 지지철물이 5층으로 설치돼 있으며 이 선반위에 케이블 가닥이 놓여져 있다.
사고가 난 통신구에는 한 조(회선묶음)에 3천∼4천회선을 수용하는 65조의 구리회선과 14조의 광케이블이 깔려있다. 구리회선중 18조는 일반전화용으로,47조는 전화국간 중계회선으로 사용돼 왔으나 중계회선이 마비되면서 전화국간 통신시설 연결이 두절돼 피해가 확대됐다.
또 14조가 설치된 광케이블은 일반전화를 제외한 무선전화·무선호출기·경찰경비전화 등의 전용회선과 팩시밀리 회선 등을 수용하고 있어 통신 전반의 마비가 초래됐다.
광케이블은 전기신호를 이용하는 기존의 구리선과는 달리 빛을 신호로 사용하는 첨단통신선으로 국내에서는 80년대 중반부터 상업용으로 사용되기 시작해 현재 전체 통신회선중 반가량이 광케이블로 설치돼 있다. 광케이블은 정보처리량이 엄청나고 잡음·간섭 등이 없어 꿈의 통신선으로 평가받지만 열에 약한 단점이 있다.
이 때문에 미국·일본·프랑스 등에서는 내화성 특수피막을 입혀 화재시 케이블의 손상과 케이블이 타면서 발생하는 독성가스의 피해를 막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주요 광통신선들이 내연처리가 되지 않아 피해가 컸던 것으로 지적된다.
화재가 난 통신구는 74년 지하철 1호선 개통과 함께 설치됐으며 케이블도 이때 대부분 매설돼 상당부분이 노후된 상태다.
특히 화재가 난 통신구에는 화재경보장치·화재차단보호문 등 안전장치가 전혀 설치돼 있지 않고 통풍구 근처에 소화기만이 설치돼 있다. 따라서 한곳에서 화재가 발생할 경우 통신구가 환기통 역할을 해 불길이 계속 번질 수 밖에 없고 케이블 피복에서 발생하는 유독가스 때문에 화재진압 및 복구에 많은 어려움이 있다.<김동호기자>
◎정보화 사회의 혈맥구실/머리카락 굵기… 전화·팩스 동시사용 길 열어/전국에 6천㎞ 설치… 2015년엔 집집마다/광케이블이란
광케이블은 머리카락 굵기의 광섬유 여러가닥을 묶어 케이블을 만든 것으로 정보화사회의 혈맥과 같은 존재다. 광케이블은 지금도 각 가정회선에 쓰이고 있는 기존의 동축케이블에 비해 수천배의 정보를 초고속으로 날려보낼 수 있는 강점이 있다.
유리섬유를 소재로 한 광섬유는 또 쌍방향통신이 가능하고 유도전류 등에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에 혼선이나 잡음이 전혀 없는 깨끗한 통화가 가능하다.
따라서 전화국간 중계선과 같은 대용량회선,고속데이타통신·컴퓨터통신 같은 고품질 전용회선 등 주요통신망은 모두 광케이블을 쓰고 있다.
이밖에도 초고속팩스·화상통신·장거리 전송·대륙간 해저통신 등이 종래의 동축케이블에서 광케이블로 대체되고 있다.
이번 사고 지점에 깔려있던 광케이블들 역시 방송회선·전용회선·국간중계회선,이동전화·무선호출회선 등으로 모두 대용량·고품질회선들이다.
차세대 통신선로의 선두주자로 자리를 굳힌 광케이블은 특히 정부가 2015년까지 구축할 계획인 초고속통신망 사업을 통해 동축케이블을 완전 대체해 각 가정의 가입자에게까지 파고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앞서 곧 개막될 케이블TV 시대의 전송회선으로 사용되는 것이 바로 이 광케이블이다.
광케이블의 역사는 지난 66년 영국의 카오 박사가 유리섬유를 이용한 광통신을 실험함으로써 시작됐지만 세계각국이 실용화를 시작한 것은 80년대 들어서부터였다. 국내에서는 지난 79년 한국과학기술원과 한국전자통신연구소가 각각 광통신시스팀 개발에 착수해 현재 전국적으로 6천㎞의 광케이블이 설치돼 있다.
또 광통신 속도는 현재 초당 최대 25억개의 신호를 처리할 수 있는 기술까지 발전했다.<김창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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