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하는 YS인사/5공 인사들 잇따라 발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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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능력중시 전환 아니냐” 주변 촉각/“경쟁력 차원 전문가 영입” 단순 해석도/보혁조화 의지는 분명… 선별기용 늘듯
「정부」는 7일 김경원 전 대통령비서실장을 총리자문기구인 국제화추진위원회 위원장에,사공일 전 재무장관을 교통개발연구원 이사장으로 각각 선임한데 이어 8일 김만제 전 부총리겸 기획원장관을 포항제철 회장에 기용했다.
언뜻 보면 그럴만한 인사가 정부 「주변」의 한 자리를 차지한 정도로 치부할 수도 있으나 구시대 인물들이,같은 시기에 김영삼정부 주위에 몰렸다는 점에서 주목을 끌고 있다.
즉 이번 인사가 구 정권 출신을 기피해온 현 정권의 새로운 인사방향을 시사하는게 아니냐는 것이다.
○중용관측도 대두
청와대는 이들이 능력·경륜·국제화 감각 등 3박자를 갖춘 인사들이기에 기용됐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능력이 있고 정부가 필요하다면 데려다 쓰는게 마땅하며 앞으로도 얼마든지 그럴 수 있다는 것이다. 능력보다는 「성분」 「때깔」을 중시해온 그간의 인사기준과는 분명히 달라진 부분이다.
현 정부가 당장 시급한 경기회복·경제활성화를 위해 굳이 출신을 따지지 않는,능력중심의 인사원칙으로 전환했다는 것이며 따라서 구 시대 인사에게도 기회가 주어질 것 같다는 관측이 일단은 우세하다.
포철의 김 회장과 같이 김 위원장과 사공 이사장은 앞으로 정부내 요직으로 진입하게 될 소지가 크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반면 김영삼대통령의 인사스타일과 고집 등을 들어 제한적 개방으로 파악하는 이들도 있다.
아직도 정부유관기관에 소화치 못한 민주계 인사들의 불만과 이들의 잦은 「탈선」 보고로 골치를 싸매는 형편에 대대적인 포용은 어차피 어렵다는 것이다.
따라서 전문가를 외면한다는 비판을 수용하는 차원에서 현 정부와 가깝게 지내온 일부 인사를 기용하는데 그칠 것이라는 분석이다.
사실 김 위원장은 지난 연말 개각 당시 총리후보로 거명될 만큼 현 정부와 교감이 있으며,사공 이사장은 대통령자문기구인 21세기위원회의 구성·운영 등을 주도하는 등 오래전부터 깊은 관계를 맺어왔다. 그리고 포철 김 회장은 대선때부터 김 대통령의 경제자문팀장을 맡았으며 이번에 김 대통령이 그를 직접 골랐다는 전언이다.
○「5공 유대」 추정도
결국 김 대통령이 새삼스레 구 시대 인물을 발굴,기용했다기 보다는 기왕의 관계를 가시화한 정도라는 것이다.
인재등용의 구 시대인물 제한개방론중에는 세사람이 각기 전두환대통령시절 비서실장·재무장관·부총리를 지냈던 점을 들어 현 정부와 5공과의 「밀월」을 추정하는 측도 있다.
김 대통령은 6공 요인들은 매섭게 단죄했지만 『현 정부를 도와주라』며 공개적으로 호감을 표시한 전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비교적 좋은 감정을 가져왔다.
제한개방이라는 전망을 뒷받침하는 다른 실례로 민자당의 10개 지구당 조직책 임명이 제시되고 있다.
민자당은 8일 참신성·개혁성·당선가능성을 인선기준으로 하여 1명을 제외하곤 모두 출마경험이 없는 젊은인물들을 발탁했고 이 가운데는 재야 노동운동권 출신이 포함되는 등 정치권의 물갈이를 강력하고도 분명하게 암시했다.
○물갈이 지표될듯
일각에선 지금까지 금융계 인사의 자율화니 하여 인사가 있어 왔지만 청와대와 교감속에 진행돼 왔다고 보고 있다.
김경원·사공일·김만제 세사람의 「접근배치」가 단순히 기능적 고려뿐 아니라 「보혁조화」 「여권규합」 등의 성격도 배제할 수 없어 구 시대 인사에 대한 「선별적」 기용은 훨씬 늘어나지 않겠느냐는 분석도 많다.
아무튼 내년의 지방선거를 앞두고 대대적인 정계개편·물갈이가 예고되는 때에 세사람의 등장은 이런 점에서 하나의 선행지표가 될 것이다.<김현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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