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정당이 변해야 정개법 정착(정치가 달라진다:6·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하향식 공천 개선없이는 공염불/전국구 부작용 막을 장치 있어야
임시국회에서 통과된 3개 정치개혁법은 한마디로 깨끗한 선거,돈 안드는 정치의 실현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법조문 자체가 곧바로 깨끗한 정치를 가져다주는 것은 아니다. 아무리 훌륭한 법과 제도라해도 현실정치와 접목되지 못한다면 한낱 헛 구호에 그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들 정치개혁입법은 새로운 정치풍토 구축을 위한 주춧돌에 불과하다. 그위에 정치개혁이라는 튼튼한 집을 지어야 할 책임은 바로 정치의 주체인 정당과 정치인의 몫이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당의 변화가 선행되어야 한다. 그래서 정치관계법의 국회 통과이후 여야가 방만했던 조직의 군살빼기에 나서는 등 나름대로의 자구책 마련을 서두르고 있다.
그럼에도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는 현행 공천제도의 개선은 여야 공히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섣불리 이 문제를 거론했다간 자칫 지도부에 대한 도전행위로 내몰릴 우려가 있어서다. 국회의원에 대한 공천은 당 지도부가 전권을 거머쥐고 있다. 일선 지구당의 의견과는 상관없이 위에서 아래로 일방통행식 결정만 있을 뿐이다. 그러니 의원들은 임기내내 당지도부의 눈치를 살펴야 하고 특정계보의 우산밑에 몸을 의지하기도 한다.
민주당의 조세형 최고위원은 『공천제도의 민주화가 정치개혁의 핵심적 뇌관』이라며 『몇몇 사람이 공천결정권을 갖고 있는 상황에선 돈을 차단할 수 없을뿐 아니라 계보정치 및 당권싸움이 계속될 수 밖에 없다』고 단언한다.
따라서 각 당이 정치개혁법 취지에 걸맞게 당헌·당규를 솔질해야 하고 이의 민주적 개선 없이는 금권·패거리 정치의 구태를 벗을 수 없다는 얘기다. 몇몇 당지도부의 「독재」와 독선을 부채질하는 또다른 것은 전국구제도의 존치다. 직능대표의 국정참여를 명분으로 제도화된 전국구가 여당 총재의 선심쓰기와 야당의 자금줄로 활용된 것은 천하공지의 사실이다. 이번에도 이같은 허점을 보완할 장치는 아무 것도 마련되지 않아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당내 민주화의 방안으로 토론문화의 활성화를 꼽는 사람들도 많다. 당론이라는 명분으로 소속원들의 의견을 획일적으로 규율하고 있는 의사결정 과정이 상향식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당장 혁명적 법으로 평가받고 있는 이번 정치개혁법 마련 과정에서도 막판 중요 쟁점사안들이 의견수렴이나 공론화과정 없이 몇사람들에 의해 주도돼왔다.
아울러 정치개혁이 뿌리내리기 위해선 정치인들의 행태와 의식변화가 시급하다.
정치개혁법이 국회를 통과하자 상당수 의원들은 등산회를 조직하는 등 벌써부터 유권자들과의 피부접촉을 늘려 나가고 있다. 선거기간중에는 돈 씀씀이 등이 엄격히 제한되기 때문에 법망을 피할 수 있는 상시선거 체제로의 전환을 시도하고 있는 셈이다. 그래서 몇몇 요직을 제외하고 당직을 맡는 것조차 꺼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당직을 맡게 되면 오히려 지역구 활동에 소홀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의원들이 지역구 사람들을 만나는 것 자체를 나무랄 수는 없다. 그러나 등산회 등 사조직의 결성이나 피부접촉 확대는 그만큼 자금을 필요로 한다. 결과적으로 선거운동기간의 장기화를 초래해 정치개혁이라는 본래의 취지를 무색케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때문에 정치인 개개인의 몸에 밴 관행이나 의식전환 없이 깨끗한 정치의 실현은 연목구어일 뿐이다.
정당의 국고보조금 확대와 명예직인 지방의회 의원들에 대한 월급 지급,여론조사 공표금지 등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특히 정당에 대한 지나친 규모의 국고보조금 확대는 정당의 난립 현상을 초래할 수도 있다. 따라서 선거공영제 확대는 바람직한 일이지만 정당운영비는 국민세금에 전적으로 의존할 것이 아니라 자생적으로 조달토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대 김광웅교수는 『선거를 자원봉사 중심체제로 전환하면서 정당에 대한 국고보조금을 늘린 것은 모순』이라며 『국고보조금의 확대는 수뇌부 중심의 정치행태와 정당 비대화·관료화의 탈피라는 국민적 기대에 역행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국민은 혁명적인 정치개혁법의 제도화가 정치행태와 정치문화의 혁명까지도 몰고 오기를 기대하고 있다.<신성호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