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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한 사랑] 아내를 도둑맞지 않으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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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뇨기과 의사로서 5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일하면서 느끼는 감상은 이제 미국이나 유럽 사회처럼 정절의 시대는 가고 프리섹스 시대가 도래했다는 것이다. 성 호르몬이 넘쳐 흐르는 젊은 그룹들의 취업과 그에 따른 경제적 안정에 도달하는 시기가 늦어지면서 결혼 또한 30대 이후로 멀찌감치 물러나 있다. 그로 인해 혼인 전에 섹스를 해서는 안 된다는 윤리가 무너지고 있는 것이 우리들 의사 눈에 훤히 보인다.

욕망이 연기된 결혼이라는 절차를 기다려 줄 수 없을 만큼 다급하기 때문인데, 남녀를 불문하고 섹스라는 금단의 문을 열고 노동이라는 고통의 보상을 성의 쾌락 쪽에서 찾으려고 들기 때문이다.

게다가 매스컴과 패션이 전보다 강력하게 시민들의 말초를 자극하는 데다 식사 성향이 채식에서 육식으로 전환되면서 성 호르몬 분비가 전보다 왕성해졌다는 점도 프리섹스를 부채질하는 요소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최근 호스티스가 아닌 이른바 여자친구와의 섹스에서 성병을 옮았다는 젊은 남성이 많아진 것이 그 근거일 것이다.

간혹 아내가 입던 팬티를 들고 부정의 흔적을 밝혀달라고 비뇨기과 클리닉을 찾아오는 불쌍한 남편들이 있는 것도 그런 사회적 불안 심리를 반영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 팬티에는 거의 예외 없이 흐린 황갈색 분비물이 얼룩져 있어 제 삼자가 보기에도 예사롭지 않게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이런 사람의 반수 정도는 의처증 남편들이지만, 그중에는 바람을 피우는 아내로 인해 번민하는 마음 약한 남편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그 피해자들은 남성의 손이 닿기만 해도 형광 색소가 난다든지, 아니면 메모리를 남기는 디지털 방식의 편안한 정조대 같은 것이 없는지 궁금해 한다.

만약 이것이 자유롭게 시판된다면 근자에 문란해진 성 윤리가 바로잡힐 것이라고 믿고 있다. 그런 대중들의 요구에 순응해 외국의 유명 백화점에서는 21세기형 뉴 정조대가 개발, 시판 중이라는 이야기가 들린다.

인류 최초의 정조대 아이디어는, 12세기께 이탈리아에서 국가의 영광을 지키기 위해 출전하는 남성들의 불안한 마음을 진정시키는 동시에 그들 아내의 자존심을 수호하기 위해 탄생했다. 유럽 박물관에서 보는 그 당시의 정조대는 한마디로 갑옷으로 된 비키니 같은 형태였다.

즉 금속으로 만든 팬티 같은 것인데, 질구에는 외부인의 신체부위가 무단 진입할 수 없도록 두꺼운 철판이 가로막고 있는 바로 위쪽에 배뇨를 위한 가느다란 철창이 마련돼 있고, 대형 배설물이 배출되는 뒷부분은 완전히 개방된 모습을 하고 있다. 허리 부분은 각자의 사이즈에 맞춰 적절하게 조절할 수 있고 또한 그것이 절대로 빠지지 않도록 자물쇠를 채우게 돼 있어 남편이 그 자물쇠를 풀어주지 않는 한 정조대는 벗겨지지 않게 되어 있다.

이런 정조대의 역사는 12세기 이탈리아 플로렌스에서 십자군 장병들이 여성의 성 충동을 경계하는 이슬람교 문화로부터 얻은 것이다. 남편의 부재 중 침략자로부터 아내의 정조를 보호하기 위해 제조한 것에서 시작되었다.

비단 전쟁이 아니더라도 그 무렵 상류사회에서는 간통이 크게 성행했으므로 성적으로 무능한 남편일수록 아내 도둑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었다. 아내에게는 그 치욕과 고통의 보상으로 값비싼 보석과 드레스 따위의 푸짐한 선물을 주었을 것이다. 그 이후 이 기구는 이웃 국가인 프랑스와 스페인으로 확산되고 15세기 말에는 유럽 전역에서 애용됐다.

그러나 사랑은 그 어떤 장벽도 넘는 법, 싸움터에서 돌아온 많은 기사가 임신으로 배가 부른 아내를 보고 경악했다고 역사는 증언하고 있다.

아내를 굳게 지키는 최선의 방법은 굳게 잠긴 철문도 아니고, 그렇다고 옆에 찰거머리처럼 붙어 지키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오직 내 아내를 노리는 외부의 적들보다 따듯한 사랑과 정성 어린 섹스가 오로지 아내의 들뜨기 쉬운 마음을 움켜잡을 수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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