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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가달라진다>5.지방으로 뛰는 중앙정치인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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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지방선거를 6개월쯤 앞둔 올해말이면 지금까지 보지못한 색다른현상이 일어나게 된다.중앙정계에서 활약하던 중진급 정치인들의 지방무대 출현이 속속 이어질 것이다.
이제 1년 남짓이면 본격적인 지방자치시대 개막이 눈앞에 있기때문이다.
중앙집권적 정치권력은 지자제 元年인 내년부터 하나둘씩 지방으로 옮아갈 것이다.
정치권력의 轉移과정은 필연적으로 일대 소용돌이를 점치게 한다. 벌써부터 지방권력을 노린 경쟁의 불씨는 번지고 있다.장관출신의 중량급 인사들이 전에는 하위기구로만 여겼던 道知事.市長에출마할 뜻을 세우고 있다.
웬만큼 이름이 알려진 與野의 모모 인사들도 일찌감치 채비를 서두르는 분위기다.이미 지방분권화의 시동이 걸린 셈이다.
중앙과 지방간 권력분할의 제도적 장치는 이번 임시국회에서 어느정도 마련됐다.
단체장의 인사권을 강화한 것은 그 대표적인 사례다.단체장은 그간 중앙정부가 쥐고있던 副단체장등 지방공무원의 인사권을 실질적으로 옮겨받았다.또 중앙및 상위 지방단체의 감사권이 대폭 제한되므로 단체장의 장악력도 훨씬 강화됐다.
반면 중앙이 단체장에게「직무이행명령」을 내릴 수 있게해 견제장치을 만들었다.주민들은 자치단체의 중요 결정사항에 대해「주민투표」로 직접 행정에 관여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이른바「아테네式 직접민주주의」를 우리 지방정치에서도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지방의회 역시 지방정부의 독주를 견제하는 권한이 강화됐다.행정감사때 허위증언.불출석에 고발및 과태료 부과권을 갖게 했다. 이로써 우리의 풀뿌리 민주주의는 지난 61년 5.16군사쿠데타 이래 실로 34년만에 부활할 수 있는 터전이 마련됐다.
그러나 말 그대로의 풀뿌리 민주주의가 얼마간의 기간을 거쳐 완성態로 실현될지는 여러모로 의문시되고 있다.우선 지방자치의 기반이 너무 열악하다는 지적이다.
단적인 예로 民主黨의 朴啓東.崔旭澈의원이 분석한 바에 따르면자치단체의 재정자립률은 형편없는 수준이다.〈그림참조〉 아무리 독립하고 싶어도 돈 없으면 살림을 꾸려 나갈 수 없기 때문이다.지방자치단체마다 자기살림을 자기가 꾸려나갈 수 있는 생활력을가지는 것이 첫 과제다.따라서 재정자립률의 빈약은 자치제 실현에 큰 걸림돌임이 틀림없다.
지방행정과 지방자치,그리고 중앙정치등의 연관관계,즉 풀뿌리 민주주의의 발전양상에 관해서는 日本의 사례를 볼 수 있다.
호소카와(細川護熙)現총리는 원래 중앙정치무대에서,그것도 권력의 核을 쥐고 있는 自民黨에서 정치생활을 시작했다.하지만 개혁을 노리던 젊은 호소카와는 계보정치.금권정치에 곧 싫증내고「지방으로 내려가자」고 결심한다.호소카와총리는 고향인 규슈(九州)의 구마모토(熊本)縣 知事에 출마,縣행정을 쇄신시켜 그것을 바탕으로 오늘날의 중앙무대를 휘어잡기에 이르렀다.
民主黨의 盧武鉉최고위원(지방자치실무연구소장)은『지방행정은 중앙정치의 말단이 아니다.지방행정이야말로「발로 뛰는 땀의 정치」다.그때문에 日本은 지방행정으로부터 중앙정치를 바꾸는 힘을 얻은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정치인들의 지방으로 향하는 발길이 지방행정의 쇄신과 民福을 위해서가 아니라 단순히 더 큰 중앙정치를 위한 발판만을 의식한 것일 경우 우리의 지방자치는 또한번 비극을 겪을수 있다.
또 지방자치단체장.지방의회의원등이 지방 閑良들로 충원될 경우역시 문제다.
지방 후보 모두가 정당추천이 가능토록 돼있어 지방의 정치예비군들이 대거 이곳으로 진출할 것이며 조직력에 힘입어 이들의 당선가능성이 높다.
〈朴泳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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