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워진 이웃 중국 <하> '중화류의 역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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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현대미술의 중심지 다산쯔 예술 특구, 그중 798지역이다.'베이징의 소호'라고도 불리는 이곳에는 수십 개의 갤러리와 10여 개의 레스토랑.카페가 운집해 있다. 1950년대 옛 동독 건축가들이 지은 군수공장의 내부를 개조해 갤러리로 쓰는 바람에 독특한 분위기를 풍긴다. 거대한 공장 파이프가 밖으로 나와 있는 공장 지대가 예술 거리로 탈바꿈했다. [베이징=조문규 기자]

이제는 싸구려 중국 상품만 한국으로 몰려오는 게 아니다. 중국의 오랜 전통에서 우러나온 문화 콘텐트가 한국 시장을 빠르게 파고들고 있다. 수교 15주년 동안 이뤄진 활발한 인적 교류와 상품 교역이 문화와 콘텐트라는 정신적 영역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중국 미술의 힘을 한국에 소개하기 위해 베이징(北京)에 진출한 한국 갤러리는 10곳에 달한다. 2년 전 예술 공간 '이음'이 개관한 이래 아라리오갤러리.공화랑.문갤러리.표화랑 등이 줄을 이었다.

아라리오의 경우 세 곳의 전시장을 포함해 건물이 5개 동, 연 면적 3000㎡로 중국에서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현지의 관계자들은 "베이징에 진출한 한국 화랑 수는 대만과 홍콩 등 같은 중국계를 제외하고는 외국 화랑 중 1위"라고 말했다.

출판 시장도 예외가 아니다. 중국의 저작물이 한국에 열기를 일으킨 것은 2년 전이다. 과거에는 저작권료가 상대적으로 싼 점을 겨냥해 소형 출판사들이 역사와 철학 분야의 중국 책을 번역해 출판했다. 이제는 대형 출판사들도 고전을 현대화한 자기계발서 번역에 나서면서 '중국 저서 출판 붐'을 일으키고 있다.

판매량이 많은 현대 문학 등 소설 분야로도 번지고 있다. 인터넷 서점 인터파크 자료에 따르면 올 상반기 중국 소설 베스트셀러 30종의 판매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73% 늘어났다. 중국 소설 전체로는 547%나 증가했으니 폭발적이라고 할 만하다.

이런 현상에 대해 중국 저작권 알선 전문업체인 캐럿코리아에이전시의 백은영 대표는 "위화(余華) 등 3명의 저자는 국내에서도 이미 매니어 층을 형성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엔터스코리아의 양원곤 대표는 "지난 2년 동안 해마다 중국 저작권 알선이 30~40%씩 늘었다"며 "나라가 크다 보니 의외로 알찬 콘텐트가 많아 출판계의 중국 붐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영화계는 중국과의 합작 공간을 넓혀가고 있다. 자본.기획력에서 앞선 한국과 배우.촬영 배후지 등에서 강점을 지닌 중국이 협력해 할리우드에 맞서는 범아시아 영화 콘텐트를 생산하자는 취지다. 합작은 2005년 베니스영화제 개막작으로 상영한 쉬커(徐克) 감독의 '칠검'(보람영화사)이 물꼬를 텄다. 안성기.류더화 주연의 '묵공'이 그 뒤를 이었다. 이에 따라 나비픽처스는 중국에서 영화를 직접 제작.판매하기 위해 2005년 국내 영화사로서는 처음으로 현지 사무소를 열었다. 바른손영화사업부와 IHQ도 곧 중국으로 달려갈 계획이다.

◆특별취재팀: 베이징=진세근.장세정 특파원, 이경란 일간스포츠 기자, 서울=김성희.조현욱.양성희.정현목.손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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