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 돈·향응 사절" 몸사리는 유권자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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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마 예상자들의 금품공세를 피해야 산다."

오는 4월 15일 실시되는 17대 국회의원 선거와 관련, 검찰과 경찰이 금품을 살포한 출마 예정자뿐 아니라 돈을 받는 유권자들도 무겁게 처벌하겠다는 방침을 거듭 밝히자 유권자들이 긴장하고 있다.

설 연휴를 맞아 출마 예정자들의 음성적 지원으로 관광을 계획했던 유권자들이 자진해 이를 취소하는가 하면, 아예 "이번 설에는 선물을 받지 않겠다"고 출마 예정자에게 통보하는 사람들도 나오고 있다.

◇긴장하는 유권자들=대전시 서구의 한 아파트 부녀회는 출마 예정자의 지원으로 설 연휴 막바지에 동해안 1박2일 관광을 계획했다가 취소했다. 적발될 경우 자신들도 처벌을 받는 것이 걱정됐기 때문이다. 부녀회원 金모(43)씨는 "정부 입장이 워낙 강경한 것 같아 요즘은 출마 예정자들이 대접하려는 밥 한끼도 겁난다"고 털어놨다.

강원도 강릉에서 출마하려는 李모(58)씨는 최근 일부 지인들로부터 "이번 설에는 아무 선물도 보내지 말아달라"는 전화를 받았다. 그동안 정초 때마다 주위 사람들에게 간단한 선물을 해왔던 李씨였다. 그는 "당국의 엄단 방침에 유권자들이 몸을 많이 사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광주시 모 한식당 업주 金모(50.광주시 북구 운암동)씨도 "과거 선거철에는 사람들이 단체로 몰려와 음식을 먹고 선거사무실 관계자에게 음식값을 내달라고 전화하는 모습을 많이 봤는데 요즘은 그런 경우가 거의 없다"고 달라진 분위기를 전했다.

◇비리 유권자 처리 방침=대검찰청은 지난 19일 총선과 관련, 출마 예정자로부터 금품을 받은 유권자는 액수에 관계없이 전원 처벌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금액이 30만원을 넘으면 구속영장을 청구한다는 것이다.

이에 앞서 대구지검은 군의원 재선거 후보로부터 돈을 받은 유권자 36명을 지난 연말 전원 기소했고, 최근 1심 법원이 이들 모두에게 받은 돈의 10배에 해당하는 벌금을 선고했다. 경찰도 최근 유권자 금품수수 등 불법선거운동 신고자에게는 포상금으로 최고 5천만원을 지급하겠다고 발표했다.

중앙선관위 조장연 공보과장은 "각 지역 선거부정 감시단 요원 가운데 일부를 신원이 드러나지 않는 비노출 요원으로 운영하면서 출마 예정자들과 유권자들의 은밀한 금품 수수 정보를 수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정하 기자, 전국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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