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조성묵씨 민간 후원으로 獨.伊서 조각전시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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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중진조각가 趙晟默씨(54)가 민간후원자들의 도움으로 유럽의 유력한 미술관에서 초대전을 갖게돼 미술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비어있는 의자의 상징성을 통해 문명비판적 시각을 보여온 趙씨는 오는 10월 독일의 키엘시립미술관에서 초대전을 갖고 이어 내년 3월에는 이탈리아 밀라노의 유명한 무디마미술관에서 한달간초대전을 갖는다.
趙씨를 초대하는 키엘시립미술관은 독일이 자랑했던 요셉 보이스를 후원한 미술관이자 80년대초 세계현대미술계에 강한 충격을 준 독일 新표현주의작가들의 주활동무대가 됐던 곳.
밀라노의 무디마미술관 역시 유럽내에서는 만만치않은 영향력을 행사하는 미술관중 하나로 고미술에서 현대미술에 이르기까지 방대한 소장품을 자랑하며 특히 이 미술관의 디마지오 지노관장은 베니스비엔날레의 기획자로서 유럽미술계에 미치는 입김 이 상당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趙씨의 유럽전은 그를 후원하는 민간인 몇몇이 모여 지난 1년6개월동안 치밀한 준비와 노력을 들인 끝에 이뤄진 것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지난 91년 해외미술품수입이 자유화되면서 우리미술계에도 국내작가의 해외 진출 문제가 현안으로 등장했다.이에 국내작가의 해외진출에 앞장서온 일부 상업화랑이 피아크(FIAC)등 화랑견본시장을 통해 노력을 쏟아부었으나 아직까지 한두건을 제외하고는 이렇다할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실정.
이런 사정 아래에서 현대미술애호가로 잘 알려진 姜孝周(보람은행 태평로지점장).이용우(고려대교수)씨,토탈미술관 등 趙씨의 후원자그룹이 택한 방법은 외국시장을 통하기보다 현지미술계에 입김이 센 유력미술관에서 먼저 선보이고 평가받자는 것이었다.
이전의 국내전때부터 趙씨를 후원해온 이들은 최근 유럽전이 결정된뒤「조성묵유럽순회전준비위원회」라는 그룹 이름을 붙였지만 처음엔 趙씨의 작가세계를 담은 상세한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유럽내수십개 미술관에 보내는 일부터 시작했다.여기에는 서울올림픽때의국제전이나 91년 개최된 국제현대미술 심포지엄등에 참가,국내미술계 사정을 다소간 알고 있는 유럽미술계의 유력인사들도 동원됐다. 민간 후원자들이 趙씨의 유럽전 기획에 나선 것은『국내미술계가 지난 10여년간 접촉해온 외국미술계 인맥들이 상업화랑베이스에서는 크게 힘을 발휘하지 못하며 국내화랑이 외국에서 대형이벤트를 치르기에는 자본력이 크게 부족하다』는 이유가 가장 크다. 趙씨의 유럽전을 성사시키는데 주도적 역할을 한 姜孝周씨는『앞으로 물밀듯이 밀려올 외국작가 작품에 맞서 우리가 시급히 할일은 국내미술계의 힘을 합쳐 한사람이라도 외국시장에서 당당하게맞설수 있는 작가를 키워내는 일』이라고 말하고 있다.
조성묵씨는 홍익대 조소과출신으로 81년부터 앉는 기능이 제거된채 뼈대만 남은 의자 형상을 통해 인간상실의 실존적 불안을 그려왔다.
趙씨는 유럽전에 앞서 평창동 토탈미술관(10일~4월10일).
박영덕화랑(9~19일).한선갤러리(10~31일)등 세곳에서 대형 의자작업과 드로잉등 그간 준비한 작업들을 선보이게 된다.이번 趙씨의 국내전에는 키엘미술관의 한스 베르너 슈 미트관장과 무디마미술관의 디마지오 지노관장.수잔 페이지 파리시립미술관장.
이브클라인 재단의 다니엘 모퀘이 이사장이 방한,그의 작업을 지켜볼 예정이다.
〈尹哲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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