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중국 인권마찰-최혜국시비에 정면돌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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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美國과 中國이 중국내 인권문제를 둘러싸고 일촉즉발의 대결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중국은 존 새턱 美국무부 인권담당차관보가 중국방문을 마치고 홍콩으로 떠난 직후인 5일 天安門사태 학생지도자중 한 사람인 웨이징성(魏京生)을 비롯한 반체제인사 5명을 전격 체포,인권개선을 요구해온 미국에 정면으로 도전하고 나섰다.
중국의 이번 조치는 미국의 새턱차관보가 중국을 방문해 반체제인사를 만난 직후 취해진 데다 특히 11일로 예정된 워런 크리스토퍼 美국무장관의 訪中을 앞둔 상황에서 취해져 다분히 미국의요구를 깔아뭉개는 對外 시위적 성격이 짙다.
중국정부측은 魏의 구금에 대한 해명을 요구하는 미국에 대해『魏의 구금은 그가 가석방 관련규정을 위반했기 때문』이라며 실정법위반을 이유로 들고 있다.
그러나 중국의 對美 강경조치는 중국정부의 외교정책에 대해 팽배해진 내부불만을 해소하기 위한 정치적 의도가 깔려있는 것으로관측되고 있다.
최근 중국의 군부를 비롯,정치원로들은 홍콩문제를 둘러싸고 英國과 팽팽히 맞서고 있는 상황에서 빌 클린턴 美대통령과 크리스토퍼 국무장관이 영국의 입장을 공개적으로 지지하고 나선데 대해서도 심기가 몹시 불편해 있다는 지적이다.
중국이 혼신의 힘을 기울여 추진했던 2000년 올림픽유치가 인권문제를 내세운 미국의 반대로 무산된데 대한 반감이 아직 사라지지 않은 상황에서 미국이 영국입장을 두둔하고 나서고 특히 무역최혜국(MFN)과 인권문제를 연계시켜 중국을 압박함으로써 중국지도부로서도 나름대로 대책을 강구하지 않을수 없는 상황이다. 중국이 전례없이 미국에 강경한 입장을 취하는데는 해를 거듭할수록 무섭게 부상하고 있는 경제에 대한 자신감의 표현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미국시장이 중국수출량의 3분의 1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최대시장인 것은 사실이지만 수백억달러에 이르는 군사시설의 민영화.
통신.항공등에 미국업계가 군침을 흘리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결코 중국을 무시하지 못할 것이라는 계산이 깔려 있다고 볼수 있다. 아무튼 11일 크리스토퍼 美국무장관의 중국방문은 인권과MFN을 연계한 미국정부측의 입장과 이를 정면으로 돌파하겠다는중국정부의 입장이 첨예하게 맞서있는 상황 속에서 美中 관계가 어떤식으로 정립되느냐를 결정짓는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北京=文日鉉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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