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산책>시실리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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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앙리 베르뉴 감독이 71년에 만든『시실리안』(우일영상)은 알랭 들롱.장 가뱅.리노 벤추라등 3대 스타가 등장하는 프랑스 갱영화의 수작이다.
알랭 들롱의 냉정함과 장 가뱅의 도대체 속을 알수 없는 무표정이 절묘하게 대비되는 영화로 오래 전 국내에도 개봉된바 있어올드 팬들에게 향수를 자아낼만하다.
교도소로 호송되는 도중 자동차 바닥을 뚫고 탈출한 보석털이 전문범이자 킬러인 사르테(알랭 들롱)는 시실리 출신의 마피아 보스 마네레제(장 가뱅)로부터 5천만 달러어치의 보석을 강탈하자는 제의를 받는다.
사르테는 마네레제의 집에 기거하면서 보석전시장의 도면을 토대로 경보시스팀을 면밀히 분석한다.
그러나 현장조사에 나서자 도면에 없는 특수장치가 발견되고 이들의 계획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다.
그 사이 사르테는 마네레제의 며느리와 사랑에 빠지게 된다.
한편 프랑스 경찰청의 베테랑 형사 르고프(리노 벤추라)가 사르테 검거에 총력을 기울이는 가운데 마네레제 일당은 뉴욕으로 보석을 공수하는 여객기를 하이재킹 한다.
사르테의 프로다운 냉철함을 내심 높이 평가하던 마네레제는 그가 자신의 며느리와 애정행각을 벌였다는 것을 알고는 마피아의 율법에 따라 어쩔 수 없이 그를 처형한다.
이 영화는 56년『현금에 손대지 마라』에서 시작되는 프랑스의「필름 누아르」(검은 영화)계보에 속하는 작품이다.2차대전 이후 미국의 범죄영화를 접한 프랑스의 영화광들은 이 영화들에 매료되어 필름 누아르라는 명칭을 붙여준다.
이들의 열광은 결국 프랑스를 무대로 한 범죄영화의 제작으로까지 이어지게 되고『지하실의 멜러디』『대결』『사무라이』등의 걸작이 만들어지게 된다.이들 영화에서는 프랑스인 특유의 우수와 허무감이 덧붙여진 것이 매력적이다.
〈林載喆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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