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래마을 냉동 영아 사건 소재 미테랑 딸 소설로 프랑스 시끌시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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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지난해 우리나라와 프랑스를 떠들썩하게 했던 서울 서초동 서래마을 냉동 영아 사건을 모티브로 삼은 소설이 최근 프랑스에서 출간됐다. 『인형의 무덤』이라는 제목의 이 소설을 쓴 사람은 프랑수아 미테랑 전 프랑스 대통령의 숨겨놓은 딸인 마자린 팽조(사진)다. 프랑스에서 이 사건의 파문이 워낙 컸던 데다 저자 또한 일반인들의 관심을 끄는 인물이어서 이 소설은 나오기 전부터 언론의 조명을 받았고, 현재 베스트셀러 대열에 올라 있다.

그러나 소설 출간을 두고 팽조와 피의자인 쿠르조 가족들 사이에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고 일간 ‘파리지앵’이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쿠르조 가족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재판이 본격화될 시점에서 이 같은 소설이 나오는 것은 곤란하다”며 반발했다. 팽조와 출판사인 줄리아르 측에 소설의 회수를 촉구했다.

이에 팽조 측은 “이 소설은 허구일 뿐이며, 말 그대로 소설로만 봐달라”고 입장을 발표했다. 그리고 쿠르조 사건과는 무관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러나 자신이 낳은 갓난 아기를 살해해 냉동고에 집어넣는 등 주요 줄거리가 쿠르조 사건의 판박이여서 쿠르조 가족들은 팽조 측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이 책의 출간을 놓고 프랑스 문화계에서는 “표현은 자유”라는 지지 의견과 “엽기 사건을 돈벌이에 이용했다”는 비난이 맞서는 가운데 책은 선전 효과에 힘입어 더욱 잘 팔리고 있다. 지난해 10월 영아살해 혐의로 구속된 쿠르조는 추가 범죄 혐의가 드러나 이날 현재까지 기소되지 않고 있다.

파리=전진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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