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3년만에 신작 소개전 재미판화가 黃圭伯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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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즐거운 마음으로 작업합니다.손이 많이 가서 힘들거라고들 하지만 제자신은 작업에 몰두해 있을 때가 가장 행복합니다.』 정교하고 섬세한 메조틴트기법의 동판화작업으로 詩的 서정이 넘치는작품을 선보여온 在美판화작가 黃圭伯씨(62)가 3년만에 신작들을 소개하고 있다.
사간동 갤러리현대((734)8215)와 압구정동 갤러리신현대((549)6880)에서 15일까지 열리는 黃씨의 이번 개인전에는 소설『화엄경』에서 모티브를 얻은『달』을 비롯,『버스정거장』『어두워진 거리』등 신작 17점이 내걸렸다.
그를 유명하게 한,푸른 잔디밭을 배경으로 가볍게 팔랑이는 흰손수건에서처럼 黃씨의 작업은 일상에서 흔히 보이는 하찮은 물건들을 정교하게 재현하고 낯설게 대비시켜 신비감과 긴장감을 끌어내는게 특징.
이번에 소개하는 작업들은 정물의 대비라는 3년전 작업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빈자리」라는 동양적 여백의 멋을 담고 있다.
『그림에는 보이지 않는 정겨움.따스함.아련함같이 비어있는 마음에서 우러나는 정감을 표현해 봤습니다.』 『포옹』『광장』『버스정거장』등 7점의 연작이 지난해부터 새롭게 시도한 작품들.사람들이 사라져버린 텅빈 거리모습을 외롭게 흔들리는 가로등이나 그림자만 드리운 포옹장면등으로 채우고 있어 함축속에 긴 여운을남기는서정의 세계를 그리고 있다.
또 포옹장면에서 보듯 처음으로 그의 작업에 사람의 형상을 등장시킨 것도 나이듦을 의식한 변화의 한 모습으로 비쳐져 눈길을끈다. 그의 트레이드마크처럼 돼버린 정교한 메조틴트기법은 동판에 날카로운 송곳으로 직접 그림을 그려 찍는 기법으로 지난 73년 처음 손을 댄 이래 30년넘게 매달려오고 있다.
부산출신으로 68년 파리에 유학,유명한 헤이터공방에서 판화기법을 익힌 黃씨는 유명 국제판화전의 대상을 잇따라 수상하며 메조틴트기법분야에서는 세계적 명성을 누리는 작가로 꼽힌다.국내에서는 지난 80년대후반 첫선을 보인 이래 폭발적인 인기를 얻으며 판화대중화를 앞당겼다.
〈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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