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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본고사 유행과 대학의 기회주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2면

「百年大計」와「百年河淸」-.
우리 교육의 긍정적 측면과 부정적 단면을 상징하는 말이다.
굶는한이 있어도 자식만큼은 대학에 보내겠다는 일견 숭고하기까지한 교육열이야말로 문맹률 제로의 신화를 만들고 한강의 기적을만들어낸 배경이다.그러나 불행하게도 우리 교육열은 방향을 잘못잡은 맹목적이다.
교육열이 창의력.경쟁력으로 전환되지 못한채 주입.암기식교육,과열과외,치맛바람이라는 한풀이식 병리현상만을 만들어 왔기 때문이다. 해방이후 교육제도가 수십번 이상 바뀌었지만 교육에 대한국민적 열정과 에너지를 한번도 창조적으로 승화시키지 못한 것도사실이다.
문민정부 출범이후 개방화.무한경쟁의 시대를 맞아 교육은 또다시 焦眉의 관심사가 되고있다.
우리의 교육열이 결국 좋은 대학에 들어가겠다는 것이고 대학입시가 중.고 교육내용을 좌우해왔다는 점을 고려할때 교육개혁의 아킬레스건은 대학인 셈이다.
최근 대학들이 너나없이 본고사를 치르겠다고 나서고 그나마 본고사 과목을 국.영.수로 한정시키려는 것은 자칫 교육개혁의 본질을 망쳐버릴 위험한 발상이라는 지적이 광범하게 나오고 있다.
대학들이 입만 열면 선발 자율권을 외쳐대지만 실상은 진정한 자율권의 의미를 고민조차 해보지 않은채 자기 대학만 편하자는 대학이기주의,실속없이 주변의 눈치나 보는 기회주의에 빠져있다는비난이다.
본고사를 포기했던 대학들이 앞다퉈 방향을 바꾼 것은 올 입시에서「본고사실시=명문대학」이라는 얼토당토 않은 분위기가 조성된것과 무관치 않겠지만 내년에 본고사를 보겠다는 47개 대학중 출제.관리능력이 있는 대학이 과연 얼마나 되는지 의문이 아닐수없다. 이로인해 벌써부터 망국적 과열과외,국.영.수에 대한 맹목적 집착조짐까지 나타나고 있다.
외국처럼 창의력.탐구력을 요구하는 修能시험 같은 것을 치른뒤본고사는 자신의 주장을 펼치는 논술과목 정도로 하고 수험생들의지망학과에 따라 다양한 과목을 본고사로 채택하지 못할 이유가 과연 무엇인가.
화학과목의 경우 실험실습을 통해,국사과목의 경우 역사관에 대한 토론을 통해 학생을 뽑을수 있어야 그것이 진정한 대학의 선발 자율이 아닌가.
언제까지 대학은 변신의 몸부림 없이 앉아서 학생들만 「챙기려」할 것인가.
우리의 미래를 결정할 교육개혁은 기로에 서있다.대학들이 진정개혁의 의미를 각성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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