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광장>전구생산업체 동명전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6면

지난달 3일 아침 경기도 부천시에 위치한 전구생산업체 東明전기에 환호성이 울려퍼졌다.
이 회사가 개발한 전구형 형광등「솔라인 톱 8W」가 이 분야에선 처음으로 韓電의「고」마크사용승인을 따낸 것이다.
韓電이 에너지 절약차원에서 93년8월 도입한 고마크제도는 엄격한 기술규격시험을 통해 절전율을 보장해 주는 품질보증 제도.
전구업계에 20년간 몸담아온 姜炯遠사장(60)은 이날 그동안겪은 일들이 주마등처럼 머리를 스쳐갔다고 한다.동명전기는 지난75년1월 자본금 1천만원으로 설립됐다.
설립 초창기에 전기밥솥.TV등의 表示燈으로 사용되는 네온램프를 국내에 독점공급하기 시작한 이 회사는 84년 사업을 확대하면서 자동전자교환기의 보안기로 쓰이는 세라믹 어레스터를 자체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이 제품은 당시만해도 전량을 일본에서 수입해 오던 터였다.
점차 판매가 늘고 사세도 확장될 즈음 시장 잠식에 위협을 느낀 일본업체들이 저가공세를 펴기 시작했다.
이 회사가 독자개발의 이점을 살려 생산비를 절감하면서까지 버티자 이번에는 일본내 세라믹 원료제조업체가 원료공급을 중단해 버렸다. 결국 원료를 구할 길이 막막해진 이 회사는 생산을 포기하고 만다.
『당시의 일은 좌절과 함께 세계시장에서 살아 남으려면 최초나최고의 기술을 보유해야 한다는 깨달음을 주었습니다.』 이때부터姜사장은 경영목표를 중소기업으론 거창하게「세계제패」로 내걸었고87년 세계최초의 트리플램프를 개발한데 이어 89년에는 국내 처음으로 전자식 컴팩트 형광등까지 개발해내는 억척을 보였다.
최근에는 그린라운드(GR)의 대두와 함께 시장규모가 크게 늘어나고있는 상용전압용 할로겐램프까지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이 회사의 올해 매출목표는 지난해의 두배인 1백억원.
현재 이 회사는 완성된 제품도 판매를 앞두고 품질관리부로부터부적격 판정을 받으면 과감하게 폐기처분하는 독특한 품질관리기법을 도입하고 있다.
이때문에 업계에선 돈키호테식 경영이라 부르기도 하지만 저급품으로 낙인찍히면 세계제패란 목표는 요원하다는 것이 이 회사의 변명이다.
전구업체로는 드물게 A/S팀까지 운용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姜사장의 장남으로 2년전부터 회사에 합류한 姜成錫이사(33)도 세계제패의 꿈을 이어가겠다는 각오다.
〈朴承熙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