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62년 연극인생 고별무대 갖는 金東園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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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무대는 고향처럼 언제나 포근합니다.세월은 꿈같이 흘렀지만 후회는 없어요.부모와 가족의 무던한 배려로 기억될만한 작품들을손꼽을 수 있게 된것이 행복해요.은퇴무대에서 혼신의 정성을 다해 보답하고 싶습니다.』 3일부터 25일까지 국립극장소극장에서연극인생 62년을 마감하는 고별무대를 마련한 한국연극계의 산 증인 金東園씨(79.본명 東爀).
1916년 황해도 개성에서 태어난 그는 배재고보 4학년때인 32년 유진 오닐作,柳致眞 연출의『고래』로 데뷔한후 지금까지『햄릿』『파우스트』『남한산성』등 3백여편의 작품에 출연하면서 연극사에 길이 남을만한 인상적인 연기를 펼쳐왔다.
30년대 일본대학 예술과에 유학하면서 작고한 李海浪.李眞淳씨등과 東京學生藝術座를 결성,우리 연극사에 여명의 불을 밝혔지만나이가 들면서 연출로 전향한 두사람과 달리 무대를 고집,「한국의 로렌스 올리비에」로 불려왔다.
『늘 극중인물로 살다보니 나이를 잊어버렸지요.마지막 연기라고생각하니 책임감이 짓누르는군요.연습은 어느때보다 열심히 하고 있지만 세월을 속일 수 없어 대사가「깜박 깜박」합니다.팬들이 실망하지 않길 빕니다.』 39년 귀국후 현대극장.극단전선.낙랑극회.극예술협회.신협 외에 영화와 TV등에서도 활약했던 그는 74년이후 몸담았던 국립극단의 고별무대를 앞두고 새해벽두부터 하루 4시간씩 연습에 몰입해왔다.
金씨가 주연을 맡은『이성계의 부동산』(李根三작.金道勳연출)은풍자와 해학을 통해 사회와 문명을 꼬집는 창작극.국립극단(단장權成德)이 올들어 첫번째 무대에 올리는 야심작이다.
『재산상속분쟁에 휘말려 현실을 도피,환상세계속에서 사회와 현대문명을 날카롭게 꼬집는 이성계역이 마음에 쏙 들어요.대사와 몸짓,구성과 전개가 매우 현대적이어서 색다른 느낌입니다.우리 연극사에 획을 긋고 싶습니다.』 이번 공연외에도 네차례나 무대에 올려졌던 햄릿,파우스트의 메피스토펠레스,원술랑역등이 기억에남는다는 그는 자신의 은퇴무대에 우정출연하는 원로배우 張民虎.
白星姬씨등이 몹시 고맙다고 했다.
〈裵有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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