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타임아웃을 하면서 화가 가라앉기는커녕 더 치밀어 오르는 걸까요.” 여덟 살 된 딸 아련(左)에게 타임아웃을 써본 주부 한인숙씨의 고민이다. 타임아웃은 아이들의 잘못을 바로잡는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강정현 기자
“또 잔소리야” 장난처럼 받아들일 수도
사례 1. 딸 아진(8)을 야단칠 때 타임아웃을 수시로 쓴다는 김은정(35)씨. 주로 옷과 장난감을 치우지 않거나 숙제·악기연습 등을 게을리할 때 ‘타임아웃’을 외친다. 그러다 보니 아이한테 짜증을 내는 일이 잦다.
사례 2. 한미숙(36)씨는 딸 상희(6)에게 타임아웃을 한번 쓰고 나면 온몸에 힘이 쭉 빠진다. 왜 벌을 받는지 깨닫게 해야 한다는 의무감에서 타임아웃 전과 후에 훈계를 늘어놓기 때문이다. 타임아웃을 하기 전에는 “도대체 왜 그러니? 엄마가 하지 말랬지”라는 식으로, 끝나면 “도대체 왜 그랬니? 또 그럴 거야?” 하는 식이다. 아이는 이제 타임아웃 시간이 되면 ‘또 잔소리야’ 하는 표정이 된다.
사례 3. 이민영(34)씨는 35개월 된 딸 유진에게 타임아웃을 적용할 때마다 곤혹스럽다. 눈치 빠른 유진이 의자에 앉히기가 무섭게 “엄마, 잘못했어요!”라며 비는 시늉을 하기 때문이다. 어떨 때는 장난스럽게 씩 웃어버리기도 한다.
타임아웃의 장점은 부모와 아이 모두 감정을 추스르고 이성을 찾을 수 있는 시간을 버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제대로 하지 않으면 실효를 거두기 힘든 까다로운 교육법이기도 하다. 올바른 적용법을 Q&A로 알아봤다.
끝난 뒤엔 ‘뭘 잘못했나’ 일깨워줘야
Q. 부모의 감정이 격앙되는 것을 막으려면.
A. 타임아웃은 밥 먹기, 깨끗이 씻기, 숙제하기 등의 ‘권장행동’이 아니라 공격적인 행동 등 하지 말아야 할 것을 하는 ‘제지행동’에 사용해야 한다. 그래야 부모가 짜증내는 것을 피할 수 있다. 즉흥적으로 타임아웃을 외치는 것도 금물이다. 미리 타임아웃을 실시하는 경우를 목록으로 작성하고 아이에게 절차와 방식을 숙지시킨 뒤 그것만 적용한다. 남발하면 ‘약발’이 떨어지는 건 물론이다.
Q. 왜 벌을 주는지 설명이 필요할 것 같은데.
A. 부모들이 가장 많이 저지르는 실수다. 타임아웃은 ‘말 없이 차분하게 하는 것’임을 잊지 말자. 타임아웃은 타임아웃을 쓰게 된 상황에 대해 부모와 아이 모두 합의했다는 전제 하에 하는 것이다. 따라서 ‘왜 이렇게 해야 하는지’를 설명하거나 설득하는 건 불필요하다. “너는 무엇을 잘못해서 타임아웃 장소에 가는 거야”라고 짧게 언급해주면 충분하다.
Q. 끝난 뒤에는 어떻게 해야 하나.
A. 무릎에 앉혀 놓고 어떤 행동이 잘못됐는지 간략히 말해주는 ‘뒤풀이’가 필요하다. 잘못을 인지하지 못한 채 타임아웃이 종료되면 아이가 타임아웃을 시간 때우기용 벌로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때도 간략하게 한다. 벌을 받았는데 또 언급을 하면 아이가 수치심을 느껴 반항심을 가질 수 있다.
Q. 아이가 벌을 장난스럽게 받아들이는 경우는.
A. 유아의 경우 벌 받는 게 싫어 거짓으로 잘못했다고 말하는 경우도 흔하다. 이럴 때 중지하면 벌을 피하기 위해 거짓 반성을 하게 된다. 이런 경우 “반성하는 건 좋다. 하지만 아까 잘못을 저질렀으니 정해진 시간 동안 벌을 받아야 한다”고 말한다.
Q. 아이가 만 두 살이다. 말귀를 알아듣지 못하는데 타임아웃을 쓸 수 있을까.
A. 신체적 나이보다 아이가 얼마나 이해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만 2∼4세는 의미를 이해하지 못한 채 떼를 쓰거나 도망가는 경우가 흔하다. 이때는 벽면을 바라보게 하거나 앉힌 다음 꽉 잡아 움직이지 못하게 하고 “네가 이러이러한 점을 잘못했고, 조용히 반성하면 움직일 수 있게 해줄게”라고 말한다.
Q. 벌 주기에 적절한 장소는.
A. 장난감이 많거나 TV가 있는 곳은 적절치 않다. 밀폐된 공간이나 어두운 곳 등 아이가 두려움을 느낄 만한 장소도 피한다. 부모가 볼 수 있는 거실 한 쪽 구석이나 부엌 구석을 택한다. 나이가 어리다면 엄마 눈에 띄는 곳에 의자를 두고 바른 자세로 앉아 있게 한다.
정리=기선민 기자, 주윤미 패밀리 리포터 <murphy@joongang.co.kr>
사진=강정현 기자 <cogito@joongang.co.kr>
◆도움말=김성은 한국아동상담센터 부소장, 이보연 소장(이보연 아동가족상담센터),
◆타임아웃=아이가 그릇된 행동을 하거나 감정을 조절하지 못할 때 잠시 일정한 장소에 격리시키는 훈육 방법이다. 흥분을 가라앉히고 스스로 반성하게끔 하는 효과가 있다. 일반적으로 아이 나이에 1분을 곱한 만큼 따로 있게 한다. 네 살이면 4분, 여섯 살이면 6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