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mily] 말 안 듣는 우리 아이 잠시 혼자두기 ‘타임아웃제’ 100% 활용법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4면

“왜 타임아웃을 하면서 화가 가라앉기는커녕 더 치밀어 오르는 걸까요.” 여덟 살 된 딸 아련(左)에게 타임아웃을 써본 주부 한인숙씨의 고민이다. 타임아웃은 아이들의 잘못을 바로잡는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강정현 기자

 주부 박명진(29)씨는 최근 이웃 엄마들의 권유로, 화만 나면 엄마를 물어뜯고 대드는 네살배기 아들에게 ‘타임아웃’을 사용하기로 했다. 타임아웃은 아이가 잘못된 행동을 하면 그 즉시 짧은 시간 동안 아이를 혼자 있게 해 스스로 잘못을 깨닫도록 하는 교육법이다. 박씨는 “TV 프로에 소개된 것을 보니 매를 들거나 짜증을 내는 것보다 훨씬 합리적이고 교육적인 것 같더라”고 말했다. 과연 타임아웃은 쓰기만 하면 아이 버릇을 바로잡을 수 있는 마법의 지팡이일까. 실제로는 적용과정에서 혼란을 느끼거나 실패했다는 부모가 많다.

“또 잔소리야” 장난처럼 받아들일 수도

 사례 1. 딸 아진(8)을 야단칠 때 타임아웃을 수시로 쓴다는 김은정(35)씨. 주로 옷과 장난감을 치우지 않거나 숙제·악기연습 등을 게을리할 때 ‘타임아웃’을 외친다. 그러다 보니 아이한테 짜증을 내는 일이 잦다.

 사례 2. 한미숙(36)씨는 딸 상희(6)에게 타임아웃을 한번 쓰고 나면 온몸에 힘이 쭉 빠진다. 왜 벌을 받는지 깨닫게 해야 한다는 의무감에서 타임아웃 전과 후에 훈계를 늘어놓기 때문이다. 타임아웃을 하기 전에는 “도대체 왜 그러니? 엄마가 하지 말랬지”라는 식으로, 끝나면 “도대체 왜 그랬니? 또 그럴 거야?” 하는 식이다. 아이는 이제 타임아웃 시간이 되면 ‘또 잔소리야’ 하는 표정이 된다.

 사례 3. 이민영(34)씨는 35개월 된 딸 유진에게 타임아웃을 적용할 때마다 곤혹스럽다. 눈치 빠른 유진이 의자에 앉히기가 무섭게 “엄마, 잘못했어요!”라며 비는 시늉을 하기 때문이다. 어떨 때는 장난스럽게 씩 웃어버리기도 한다.

 타임아웃의 장점은 부모와 아이 모두 감정을 추스르고 이성을 찾을 수 있는 시간을 버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제대로 하지 않으면 실효를 거두기 힘든 까다로운 교육법이기도 하다. 올바른 적용법을 Q&A로 알아봤다.



끝난 뒤엔 ‘뭘 잘못했나’ 일깨워줘야

 Q. 부모의 감정이 격앙되는 것을 막으려면.

 A. 타임아웃은 밥 먹기, 깨끗이 씻기, 숙제하기 등의 ‘권장행동’이 아니라 공격적인 행동 등 하지 말아야 할 것을 하는 ‘제지행동’에 사용해야 한다. 그래야 부모가 짜증내는 것을 피할 수 있다. 즉흥적으로 타임아웃을 외치는 것도 금물이다. 미리 타임아웃을 실시하는 경우를 목록으로 작성하고 아이에게 절차와 방식을 숙지시킨 뒤 그것만 적용한다. 남발하면 ‘약발’이 떨어지는 건 물론이다.

 Q. 왜 벌을 주는지 설명이 필요할 것 같은데.

 A. 부모들이 가장 많이 저지르는 실수다. 타임아웃은 ‘말 없이 차분하게 하는 것’임을 잊지 말자. 타임아웃은 타임아웃을 쓰게 된 상황에 대해 부모와 아이 모두 합의했다는 전제 하에 하는 것이다. 따라서 ‘왜 이렇게 해야 하는지’를 설명하거나 설득하는 건 불필요하다. “너는 무엇을 잘못해서 타임아웃 장소에 가는 거야”라고 짧게 언급해주면 충분하다.

 Q. 끝난 뒤에는 어떻게 해야 하나.

 A. 무릎에 앉혀 놓고 어떤 행동이 잘못됐는지 간략히 말해주는 ‘뒤풀이’가 필요하다. 잘못을 인지하지 못한 채 타임아웃이 종료되면 아이가 타임아웃을 시간 때우기용 벌로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때도 간략하게 한다. 벌을 받았는데 또 언급을 하면 아이가 수치심을 느껴 반항심을 가질 수 있다.

 Q. 아이가 벌을 장난스럽게 받아들이는 경우는.

 A. 유아의 경우 벌 받는 게 싫어 거짓으로 잘못했다고 말하는 경우도 흔하다. 이럴 때 중지하면 벌을 피하기 위해 거짓 반성을 하게 된다. 이런 경우 “반성하는 건 좋다. 하지만 아까 잘못을 저질렀으니 정해진 시간 동안 벌을 받아야 한다”고 말한다.

 Q. 아이가 만 두 살이다. 말귀를 알아듣지 못하는데 타임아웃을 쓸 수 있을까.

 A. 신체적 나이보다 아이가 얼마나 이해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만 2∼4세는 의미를 이해하지 못한 채 떼를 쓰거나 도망가는 경우가 흔하다. 이때는 벽면을 바라보게 하거나 앉힌 다음 꽉 잡아 움직이지 못하게 하고 “네가 이러이러한 점을 잘못했고, 조용히 반성하면 움직일 수 있게 해줄게”라고 말한다.  

Q. 벌 주기에 적절한 장소는.

 A. 장난감이 많거나 TV가 있는 곳은 적절치 않다. 밀폐된 공간이나 어두운 곳 등 아이가 두려움을 느낄 만한 장소도 피한다. 부모가 볼 수 있는 거실 한 쪽 구석이나 부엌 구석을 택한다. 나이가 어리다면 엄마 눈에 띄는 곳에 의자를 두고 바른 자세로 앉아 있게 한다.

정리=기선민 기자, 주윤미 패밀리 리포터 <murphy@joongang.co.kr>
사진=강정현 기자 <cogito@joongang.co.kr>
 ◆도움말=김성은 한국아동상담센터 부소장, 이보연 소장(이보연 아동가족상담센터),

◆타임아웃=아이가 그릇된 행동을 하거나 감정을 조절하지 못할 때 잠시 일정한 장소에 격리시키는 훈육 방법이다. 흥분을 가라앉히고 스스로 반성하게끔 하는 효과가 있다. 일반적으로 아이 나이에 1분을 곱한 만큼 따로 있게 한다. 네 살이면 4분, 여섯 살이면 6분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