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형전문의 '현대판 비너스'를 말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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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워지려는 욕구는 끝이 없다. 성형은 이미 ‘일부의 특권’이 아닌 상당수 여성의 바람이 된지 오래다. ‘성형 열풍’등 지나친 외모지상주의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성형외과 전문의들은 오늘의 현상을 어떻게 바라볼까. 바노바기 성형외과(구 예성형외과·서울 강남구 역삼동) 전문의 4명이 한자리에 모여 성형중독 및 외모지상주의의 허와 실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 성형열풍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은데.

박선재(이하 박)= “아름다움 추구는 본능이다. ‘열풍’이란 표현은 과장된 느낌이 없지 않다. 누군가가 똑같은 조건에서 단지 외모 때문에 불이익을 당했다면 그걸 바꾸기 위해 노력하는 건 당연하지 않나. 중독은 나쁘지만 외모로 경쟁력을 갖는 건 좋은 일이다.”

반재상(이하 반)= “외모지상주의를 논할 때 성형이 이를 부추겼다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 예쁜 외모를 선호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근본 원인 아니겠나. 상당수 회사의 입사면접에서 외모가 당락을 좌우하는 요소 중 하나란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 성형중독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오창현(이하 오)= “부풀려진 부분이 많다. 내가 와이셔츠를 하나 샀다 치자. 이에 어울리는 넥타이도 한 두개 사고싶어졌다. 그럼 이게 쇼핑 중독인가? 볼 때마다 사고싶다면 문제지만 성형 두 세 번 했다고 중독이라 보긴 어렵다.”

이현택(이하 이)= “성형 ‘중독’과 ‘매니어’는 구분할 필요가 있다. 매니어는 또 다른 만족을 찾아 자신을 꾸준히 개발해 나가는 반면 중독자는 늘 불만을 갖고 성형에 매달린다. 이는 극히 드문 경우다.”

박= “의사도 중독환자는 말린다. 19살 여학생이 수술을 10차례나 받고 찾아온 적이 있었다. 무척 예뻤다. 왜 더 하려하는지 물었더니 ‘싫증났다’고 하더라. 하지만 이런 극단적 경우는 거의 없다. 건강한 정신상태라면 중독까지 가지 않는다. 매스컴이 일부 현상을 크게 부풀린 점도 있다.”
 
● '바노바기 성형외과'로 병원 이름을 바꿨는데.

반= “네 명 원장의 성을 따 소리나는 대로(반오박이) 지은 이름이다. 각자의 이름을 걸고 환자들의 희망에 부응하겠다는 의지다.”

오= “수많은 병원 중에 정말 믿음을 갖고 내 자녀·부모·연인을 맡길 수 있는 곳이 얼마나 되겠나. 내 이름을 걸고 그런 신뢰를 드리고 싶었다. 성형시술은 신체에 하지만 궁극적으론 마음에 시술하는 것이란 게 우리 병원의 철학이다.”

● 최근 성형의 트렌드는.

이= “코 성형의 경우 예전엔 미간사이 콧대를 높이는 게 유행했다. 소위 말하는 ‘오뚝한 코’다. 하지만 요사이는 어색하지 않은 높이에 코끝을 함께 올려 자연스러움을 강조하는 추세다.”

박= “눈도 마찬가지다. 한때는 수술한 티가 나더라도 쌍꺼풀 수술로 크고 시원하게 만드는 걸 선호했다. 그러나 요즘은 원래 있었던 것처럼 자연스런 쌍꺼풀을 원한다. 눈 트임도 전보다 트는 정도가 줄었다. 수술은 전보다 더 하는데 보기엔 덜 한 것 같은 시술이 인기다.”

반= “가슴의 경우는 빅 사이즈를 선호하는 추세다. 예전엔 삽입하는 보형물의 감촉이나 안전성에 대해 우려와 불만이 잦았다. 최근엔 ‘코히시브젤’등 보형물과 시술기법이 발달해 이런 우려가 상당부분 줄었다. 가슴수술은 점차 늘어날 전망이다.”

오= “안면윤곽술은 단순히 뼈를 깎아내는 것이 아닌 얼굴의 뼈와 지방·근육을 함께 줄이고 다른 신체부위와의 조화를 중시하는 시술이 인기다. 어느 부위든 자연스러움과 조화를 중요시하는 쪽으로 트렌드가 바뀌고 있다.”
 
● 국내 성형수술의 수준을 평가한다면.

오= “수요가 늘자 다양한 분야에서 미용개념을 도입해 성형시술에 나서고 있어 우려된다. 하지만 해당분야를 전공한 전문가 집단들의 수준은 매우 높다.”

반= “제대로 훈련받고 오랜 경험을 쌓은 의사의 수준은 세계적이다.”

이= “국제 학회에 가보면 외국 의사들이 많이 놀란다. 기술의 발전은 물론 환자의 만족도도 세계가 놀랄 만한 수준이다.”
 
● 독자들에게 하고싶은 말은.

이= “수술을 결심했다면 자신의 의견을 의사에게 분명히 전달하는 게 중요하다. 미의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다. 의사도 자신이 좋아하는 방향으로 얼굴을 만드는 경향이 있다. 사전에 충분히 견해를 나눠야 한다. 소문만 믿고 무조건 맡겨선 안된다.”

박= “수술 때나 잠깐 얼굴을 보이는 의사는 그리 좋은 의사가 아니다. 환자와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여유가 필요하다. 좋은 결과를 얻는 게 최선이나 설사 그렇지 못해도 ‘진료는 좋은 의사에게 받았다’는 생각이 들 수 있도록 하겠다.”

프리미엄 이경석 기자 yiks@joongang.co.kr
사진= 프리미엄 최명헌 기자 choi315@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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