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부대(분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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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지난해 농구코트를 떠난 미국의 슈퍼스타 마이클 조던은 한해 수입이 2백50억원으로 2년 연속 가장 돈을 많이 버는 운동선수였다. 그는 10년전만 해도 흑인스포츠라고 깔봤던 농구를 일약 최고의 인기품목으로 끌어올렸다. 조던이 프로로 입단한 84년만 해도 NBA(프로농구협회)의 TV 중계수입이 3천만달러였는데 올시즌 계약료가 2억7천5백만달러로 껑충 뛰었다.
미국이 자유천지라 하지만 이른바 「포천 500」이라는 대기업들은 흑인들을 광고모델로 쓰지 않았다. 조던이 소속된 시카고 불스팀이 3년 연속 우승하자 흑인모델로 조던이 처음 등장했다. 조던과 손잡은 나이키의 판매실적이 10배로 올라섰다. 이제 그의 지명도는 클린턴을 능가하고 교황 다음으로 존경받는 인물이 되었고 중국 청소년들에게도 등소평 다음으로 지명도가 높다.
이 탓인가. 우리나라에서도 언제부터인지 겨울스포츠로 농구가 각광받기 시작했다. 추운 겨울인데도 농구경기장 주변에는 입장권을 사려는 행렬이 늘어서고 응원석의 분위기가 추운 겨울을 녹이며 뜨겁게 달아오른다. 요즘 한창인 농구대잔치가 젊은이들의 축제처럼 뜨겁다. 특히 여중고생들의 응원이 돋보인다. 인기있는 대학팀의 선수 이름을 부르며 『오빠』하는 함성이 끓어오른다. 이를 보는 농구 해설가들은 이 오빠부대의 함성이 실업팀을 이기고 대학팀이 4강에 합류하는 이변을 낳는다고 설명한다.
동네 빈터마다 요즘에는 농구대가 늘어나고 방학철의 아이들이 이른 아침부터 슛 연습을 한다. 마당이 넓은 집에 설치한 농구대가 담너머까지 보이자 농구대를 사달라고 졸라대는 아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최근 들어 이동 농구대 수요가 엄청나게 늘면서 제조회사들이 물건이 달려 못파는 형편이라고 한다. TV 드라마에선 젊은 대학생들의 농구시합을 주제로 한 『마지막 승부』가 청소년들을 사로잡았고 어린이들은 「슬램 덩크」라는 일본의 농구만화에 정신을 빼앗기고 있다.
분명 새로워진 청소년문화다. 인기 연예인을 찾아 『오빠!』를 연호하며 사인공세를 벌이는 모습보다 우선 건강해 보여 좋다. 만화방이나 전자오락실을 기웃거리는 것보다 동네 빈터에서 땀흘리며 열중하는 슛놀이가 체력과 정신력을 키울 것 같아 더욱 좋아 보인다. 그것이 「조던 증후군」이든,「마지막 승부증후군」이든 관계없이 이젠 청소년문화도 국제화 물결을 타고 있다. 건강한 청소년 문화가 자리잡는 시발로 「오빠부대」가 기능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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