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색으로 풀어낸 환상적 인간 모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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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고민주공화국 작가 레마 쿠사의 유화 ‘우리’(110 x 90㎝).

세계 최대의 미술축제인 베니스 비엔날레는 올해 제 52회를 맞아 처음으로 ‘아프리카관’을 별도로 만들었다. 본 전시에도 아프리카 작가 7명을 초청했다. 서구미술계가 아프리카 미술을 원시성에만 국한시키지 않고, 미학적으로 대등한 위치에서 보기 시작한 징표로 해석된다.

최근 관심을 모으고 있는 아프리카 현대미술을 한눈에 조망해볼 수 있는 기획전이 서울 관훈동 인사아트센터 3층에서 열리고 있다. ‘아프리카 현대미술-여자의 꿈’이다. 가나, 남아프리카공화국, 세네갈, 콩고민주공화국 등 아프리카 11개 국의 현대 회화 50여 점이 나왔다. 국내에서 아프리카 조각전은 몇 차례 열렸지만 현대회화를 본격적으로 보여주는 전시는 이번이 처음이다.

아프리카 미술품을 전문적으로 수집해온 정해광(45) 갤러리 아프리카로 대표의 소장품도 눈길을 끈다. 스페인 마드리드국립대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은 정 대표는 유학 시절 지브롤터 해협을 건너온 보따리상들에게서 아프리카 미술품을 처음 접했다. 그 후 20년 가까이 주로 조각을 수집해왔으나 3년전부터는 회화에도 관심을 돌렸다. 정씨는 “문자가 없던 시절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언제나 그림은 기도의 내용이자 형식으로 존재하며 또 다른 꿈을 꾸게 하는 원동력”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전시작은 지난 3년간 아프리카 남동부와 중서부를 훑으며 가져온 작품들이라고 한다.

가나의 글로버는 색채 자유주의란 독특한 화풍을 보여준다. 작품 ‘두 여인’은 인간의 행위와 욕구를 색으로 풀어내는 팔레트 나이프의 힘찬 터치를 보여준다.

남아공 작가 리아 반 덴 히버는 강렬한 원색의 대비를 통해 인간의 모습을 환상적으로 표현한다. 그의 작품‘같으면서 다른’은 아름다우면서 현실 풍경을 통해 환상을 경험하게 하는 독특한 세계로 관객을 인도한다.

“신이 인간이 떠난 것이 아니라 인간이 신을 떠났다”고 말하는 세네갈의 마마두 웨이드의 작품 ‘바벨 여인’에는 하늘에 맞닿은 탑과 같은 몸체를 지닌 여인이 등장한다. 신이 인간세계로 내려오는 계단의 역할을 하는 탑이다. 그녀가 물고 있는 담배는 “인간과 신이 같은 연기를 같이 호흡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한다.

정 대표는 여자의 꿈’이라는 전시 제목에대해 “궁극적으로 어머니 혹은 여자라는 소재는 평화에의 염원을 의미하는 것”이라며 “그 염원을 풀어내는 다양한 색채와 형태를 살피는 것이 이번 기획의 의도”라고 말했다. 전시는 28일까지, 02-736-1020.

조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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