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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미시시피강 다리 붕괴 “정기 안전점검도 한계” 교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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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이달 초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대형 교량이 무너져 최소 5명이 귀중한 생명을 잃고 60명 이상이 부상했다. 교량 붕괴 같은 사고는 기술 수준이 낙후한 후진국에서나 일어날 것이라는 선입견을 깨고 초강대국 미국에서 발생한 사실은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남겨준다.

총 581m의 스틸 트러스트 구조인 미네소타 9340번 교량은 1967년 건설됐다. 93년 이전에는 2년에 한 번, 93년 이후로는 매년 안전점검을 받아오고 있었다. 2000년, 2003년, 2006년의 정밀 안전점검과 피로도 분석을 토대로 이 교량의 구조적 결함이 보강되고 있었기 때문에 교량의 갑작스러운 붕괴는 예측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서 이번 사고는 모든 사람에게 충격적이었다.

이번 사고에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교훈은 신뢰성 있는 진단 결과라 해도 전적으로 신뢰할 수 없다는 점이다. 정기 안전점검에서 심각한 위험을 사전 발견하지 못한 원인이 부실조사에 의한 오판인지, 기술적 한계로 예측 불가능한 불가항력적이었는지는 밝혀질 것이다. 하지만 정기 안전점검만으로는 사고를 100% 예방할 수 없다는 사실을 명확하게 알게 됐다.

우리의 경우 94년 성수대교 붕괴사고 이후 ‘시설물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됐고, 시설물에 대한 정기적 안전점검을 의무화하는 등 제도가 많이 개선됐다. 그러나 이번 미국 교량 붕괴 사고에서 알 수 있듯이 정기적인 안점점검의 신뢰도를 향상시킬 수 있도록 정부가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향후 사고 원인을 정확하게 규명하고 위험을 줄일 수 있도록 실시간 상태계측 기술과 성능관리시스템을 도입해 제한된 예산으로 최대한의 효과를 얻을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호주·뉴질랜드는 사회의 노후화된 국가자산 관리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90년대부터 실시간 상태계측과 성능관리가 가능한 자산관리시스템을 적극 도입했다. 그 결과 관리 비용을 40% 이상 절감하면서 성능을 20% 이상 향상시켰다.

우리나라도 호주·뉴질랜드의 성공 사례처럼 이러한 자산관리시스템을 시급히 도입해야 한다. 또한 발전된 정보기술(IT)을 토대로 통합적인 실시간 자료수집 및 성능관리 체계를 구축하고 관리해야 한다. 미국의 교량 붕괴 사고와 같은 비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선 국가가 과학적인 평가와 적절한 투자 계획을 수립해 위험 관리를 해야 한다.

정낙형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