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밴쿠버,제2의홍콩 탈바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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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캐나다의 태평양 연안도시 밴쿠버에 홍콩계 중국인들의 이민이 러시를 이루면서 밴쿠버가「제2의 홍콩」으로 새롭게 탈바꿈하고 있다. 홍콩인들의 캐나다 이민이 활발해진 것은 89년의 천안문사태가 계기가 됐다.97년까지 중국에 반환될 예정인 홍콩의 중국인들이 불안을 느껴 이민 신청이 부쩍 늘어난 것이다.
홍콩주재 캐나다 대표부는 지난해 3만1천2백88명의 홍콩계 중국인들에게 캐나다 이민비자를 발급해 주었다.
이처럼 많은 홍콩 사람들이 밴쿠버를 새로운 정착지로 선호하게된 것은 밴쿠버가 아시아로부터 비행기로 12시간이면 닿을 수 있는 캐나다 도시중 비교적 가까운 지리적 위치와 캐나다 3대 대도시로서 날씨가 비교적 따뜻하다는 이점등이 작용 했다.밴쿠버시내 거리에서 중국인들과 마주치는 것은 이미 일상적인 일이 되어버렸으며 최고급 광동요리 레스토랑을 밴쿠버 번화가에서 흔히 발견할 수 있다.
밴쿠버가 최근 캐나다 최대의 중국인 거주지역으로 떠오르면서 일부에서는 중국인 이민자들중 상당수가 홍콩에서 이민온 것을 빗대 밴쿠버를「홍쿠버」로 부르고 있다.
홍콩인들의 캐나다 이민이 크게 늘어나자 중국인들의 캐나다 정치무대에서의 활동범위도 점차 넓어지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현재 밴쿠버 시의회에는 3명의 중국인이 시의회 의원으로 봉직하고 있으며 중국계 연방의회 의원 레이먼드 챈이 최근 장 크레티엥 총리정부의 외무성 아시아.태평양담당 차관으로 임명됐다.
이들 홍콩인들의 이주는 대부분 투자이민의 성격이 강하다.
밴쿠버가 속하고 있는 브리티시 컬럼비아州의 경우 지난 92년이지역 전체 투자금액중 4분의1인 7억6천7백만달러가 홍콩인들의 투자였다.
이같은 홍콩 이민자들의 투자 덕분에 브리티시 컬럼비아州는 92년 캐나다 州들의 평균 경제성장률 0.7%의 5배에 가까운 3.3%의 높은 경제성장 실적을 올렸다.
홍콩인들의 이민과 함께 캐나다에 진출한 홍콩은행은 현재 자산규모가 96억6천만달러로 캐나다 최대의 외국은행이다.
물론 캐나다 홍콩은행의 최대 수익창구는 밴쿠버 차이나타운의 지점으로 2만명의 고객중 절반이 2백30만달러 이상의 거액 예금계좌를 가지고 있다.
밴쿠버의 케네스 도벨국장은『홍콩 출신 이민자들 대부분이 사업적 수완을 가진 고학력자들로 지역사회에 매우 적극적이기 때문에시당국은 이들이 밴쿠버의 발전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는 판단을내리고 있다』고 말했다.홍콩인들이 밴쿠버로 몰 려오는 투자이민러시는 홍콩이 중국에 반환되는 97년까지 계속될 전망인 가운데일부 캐나다인들 사이에서는 밴쿠버가 중국인들 손에 완전히 접수되지나 않나 하는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高昌護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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